서울국제도서전 파행의 배후를 찾아서

  

    이 글은 쓰기 참 힘들다. 어떤 명분을 넘어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다. 써야지 하곤 앉았다가 몇 시간을 뉴스 검색이나 하다, 눈에 띄는 책이나 집어 읽다 일어나곤 한 게 근 일주일이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는 일을 작정하고 앉아 써야 한다는 책무 자체가 싫고 버겁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그렇게 내겐 무겁고 힘든 일이다. 그전까지는 그래도 버틸 만했던 것 같은데 근래 들어 부쩍 힘겹다는 신호를 받게 된다.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를 생각해보니 긴 시간 동안 시달렸던 탓이 크다. 햇수로 보니 블랙리스트 사건이 처음 수면화된 2016년 9월부터 2023년 8월 지금까지 모든 일을 작파하고 전념해야 했던 몇 년의 시간을 포함해 만 7년 동안 나는 끊임없이 다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안으로 소환당해 수많은 일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소화해야 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 수많은 보이지 않는 일과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했을까. 필자 역시 국가폭력과 범죄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알려지기론 그냥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있는 한 사람을 넘어 정확한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이명박 시기부터 관리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국정원 중점관리명단 249인’ 중 1인인 피해자다(「문예계내 左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 『청와대 보고서』, 2014. 3. 19.). 이 명단은 A급(24명), B급(79명), C급(146명)으로 나눠 관리되었다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24명의 A급 중 한 명으로 분류되어 관리된 주요한 피해자일 뿐이다.
    일반인들은 생소하겠지만 과거 국정원(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포함)은 군부독재정권 등에 부역하며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관여하고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까닭만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찰, 공작 등을 자행해온 대표적인 반민주 공안기구였다. 이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 특히 국내 정보에 관하여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히 규율하는 한편, 그 직무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직무 집행에 관하여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어왔다. 구체적으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국정원의 직무를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수집만으로 특정해 위와 무관한 국내 정보 및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하여는 수집·작성 및 배포를 해서는 안 되도록 법으로 규정해둔 바, 평범한 문화예술인 1만여 명을 불법으로 사찰 검열하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에 대한 불법공작 등에 나선 건 명백한 국가범죄 행위였다.
    그러나 이런 불법을 누가 지시했으며 누가 어떻게 명단을 수집했고, 관리했는지는 지금까지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명단은 어디까지 공유되었으며, 이 명단을 구축하는 과정에 어떤 불법공작들이 행해졌는지. 그런 지속적인 불법을 위해 이 명단에 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정원 등이 얼마 동안 어떤 인력과 방법 등을 동원해 불법사찰 등을 진행해왔는지. 지금도 그 존안자료는 어느 국정원 캐비닛이나 자료 파일 속에 대외비로 남아 있는 건지. 아니면 지난 문재인 정권 하에서 내국인 불법사찰을 주요하게 진행했던 ‘국익전략실(7국), 국익정보국(8국)’을 폐지하며 모든 관련 자료가 파기된 것인지, 파기되었다면 어떤 합당한 법적 과정 등을 통해 파기된 것인지 등등 모든 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은 소리 없이 지속실시

    위에 기술한 까닭으로 짧지 않은 사회운동 경력을 갖게 된 필자지만 때때로 어떤 보이지 않는 눈과 손에 대한 위협감 등에 따른 정서적 위축과 강박에서 완전히 놓여날 수는 없었다. 사찰, 미행, 도청, 공작 등 언제 어느 때 다시 그 보이지 않는 눈과 손이 나의 일상을 체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수행해야 했다. 이렇게 과거의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은 과거에 국한되지 않고, 과거의 진상규명에 머물지 않고, 그 효력을 지속적으로 복제 확장해나가며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나아가면 그 피해자들이 숙주의 역할을 하며 스스로 자기 검열해가는 의식과 일상을 갖게 하면서 진정한 사찰과 검열의 완성에 이르고자 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사람들의 자유롭고 진보적인 의식과 표현, 행동이 점차 움츠러들며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은 소리 없이 지속실시(「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중에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 2008. 8. 27. 작성)’라는 그들의 목표가 조금씩 달성되어가기도 한다. 해당 전략 문서에서는 ‘문화권력을 순수 예술활동보다는 문화를 수단으로 하여 일정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념지향적 세력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면서, ‘문화를 국민 의식개조 및 정권개조를 위한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좌파에서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다음과 같은 ‘주요대책’을 세워 실행에 나서기도 했다.

○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은 소리 없이 지속실시
─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핵심기관의 내부에는 아직 많은 수의 좌파실무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청산 필요
─문화부의 지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위원장을 교체한 이후 위원장이 인적청산을 진두지휘하고 BH는 민정을 통해 위원장의 인적청산작업을 지속 감시·독려
※ 급진적인 인적청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불필요한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하여 좌파 고사 유도

나. 건전 문화세력에 대한 전폭적 자금지원 및 좌파 자금줄 차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은 위 문서 등 상당한 증거에 의해 이명박 정권 당시부터 조직적·전략적으로 실행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지난 2017~2018년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서는 조사권 등 권한의 부재, 조사 기간 및 조사관의 현저한 부족 등으로 접근조차 못했다.
    이명박 시기 밝혀진 블랙리스트 실행은 2010년 11월 2일자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문화예술계 단체·인물의 성향을 ‘온건 좌파’와 ‘골수 좌파’로 구분하고 골수 좌파의 경우 비리 행위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나 형사 처벌을 통해 세 위축을 유도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저지하고, 온건 좌파의 경우 포용한다는 원칙을 세운 후 위 보고서를 전 국정원장 원세훈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어 2010년 11월 12일자 「문화예술계 내 좌파 인물 단체 현황 및 활동」이라는 국정원 보고서에서는 주요 좌파 단체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 회장 신학철), 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 상임고문 고은, 신경림 등), 문화연대(대표 강내희), 영화단체연대회의(이사장 이춘연), 우리만화연대(회장 김형배)’ 등으로 구분한 다음 각 단체별로 주요 인물, 회원 및 회원수, 주요 동향 등을 파악한 후 위 보고서를 전 국정원장 원세훈에게 보고하고, 국정원 내부 신원 검증 시스템 등에 등재하도록 한 다음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기록이 확인되었다. 이어 2011년 2월 18자 「종북從北 문화예술단체의 세 복원 움직임 및 대응계획」 문건에서는 종북 활동 단체에 대해서는 국고지원을 차단하고, 중도좌파 단체는 적극 포용하며, 건전단체는 적극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계획이 담긴 보고서 및 첨부자료를 전 국정원장 원세훈에게 보고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되었다. 대중연예인들에 대한 불법사찰과 공작도 진행된 바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국정원에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2009. 9.)와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방안」(2010. 4.)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사실 등이 확인되었다. 2010년 8월 24일경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좌성향 연예인들의 동향 첩보를 제공받아 「좌파 성향 연예인들의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통해 정부 비판 연예인의 발언이나 행정을 분석하여 포용 불가(속칭 ‘강성 좌파’) 연예인과 포용 가능 연예인으로 분류하고, 성향별 대응책을 마련한 보고서 초안이 작성되고, 이 초안에 기반해 다시 윗선에서 강성 좌파 연예인에 대해서는 출연 분량 축소, 경제단체를 통해 대기업 광고 섭외 배제, 보수 언론을 통해 강성 좌파 연예인들의 비리나 부도덕한 행태를 부각하는 등으로 견제·압박한다는 방안 등이 담긴 보고서가 재작성되었다는 사실 등도 확인되었다.
  

박근혜, ‘문화융성’ 기반 정비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은 소리 없이 지속실시”라는 헌법 유린의 국가범죄는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기조로 연결되었다. 2013년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정부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부터 ‘핵심국정과제’로 블랙리스트 실행 전략을 수립해왔다는 것이 증거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대외비로 작성된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건은 문화예술계 내 좌파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회분열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획책하고 있어 ‘문화융성’과 문화예술계 건강성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어 문화계 좌파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각종 특혜를 받으며 성장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등 제도권을 장악하여 ‘문화권력’을 형성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골수 좌파 조직들은 예술위 등의 정부지원 대상 선정 시 철저히 배제하는 등 점진적으로 격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하면서 「좌파 문화예술계 주요 현황」 문서를 첨부하고 민예총, 작가회의, 문화연대 등을 열거하고 있었다.
    국정원이 2013년 9월 3일 작성한 「문체부, BH 지시로 문화예술 분야 좌편향 대응책 보고」 문건에서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정 편향(좌편향) 예술지원 실태 및 대책」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후 문체부가 예술지원을 하는 예술위에 초점을 맞춰 실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문건은 근거를 남길 경우 잡음 발생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13년 8월 30일 저녁 청와대 교문수석실 행정관에게 인편으로 자료를 전달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보고 내용을 요약하면 문화예술 분야 내에 특정 편향적(좌편향적) 가치가 아직 상존하고 있어 보수가치 약화 현상이 우려되고, 현 예술위 위원의 경우 2013년 말 인사 검증 시 특정 성향 편향 인사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특정 편향 인사가 예술위 위원 등 문화예술계 주요 기관이나 임원에 선임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예술위 문예기금 지원사업 선정 시 책임심의위원에 의한 편향적 작품 지원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하면서 대응 방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화예술기관 주요 임원 교체 시 또는 문화예술 분야 사업 지원 시 특정한 정치적·사회적 편향성을 가진 인물과 사업 등을 배제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나아가 예술위 위원 등 문화예술기관 임원 임명 시 특정 편향 인사 배제,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순수 예술이 아닌 특정 편향성이 강한 작품에 대한 지원이 배제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금 관리규정 개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예술위의 위원들 교체를 위한 준비를 위해 예술위 위원 중 3명이 ‘2013. 11월’에 임기 만료되며 나머지 9명의 임기 만료가 ‘2014. 12월’이라는 것도 명기해두었다. 올해 2023년 6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파행의 원인과 계기가 되었던 소설가 오정희 씨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 분야 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2015년 2월이었다.
    국정원이 ‘2013. 9. 26. 한 파기’라고 표기해 작성하였던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일탈 행태 시정 필요」 문건에서는 광역지자체 산하 12개 문화재단 사업에 대해 불법 사찰한 내역을 적시하며 좌편향 문화예술단체가 ‘지역형 협력 사업’을 독식하였다거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연극을 연출하였던 극작가가 선정된 사실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전 사회적인 블랙리스트 시스템 구축

    실제 이러한 블랙리스트 실행은 문화예술계에만 국한된 헌법 유린, 국가범죄가 아니었다. 전 사회 모든 부문에 걸쳐 실행된 총체적인 반헌법·반국가 범죄나 다름없었다. 관련 전모는 박근혜 청와대에서 2014년 5월 하순경 작성된 것으로 밝혀진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조사된 이 문건의 작성 경위에 따르면 청와대 박○○ 정무수석과 신○○ 소통비서관은 2014년 4월 4일경부터 2014년 5월 23일경까지 국민소통, 행정자치, 사회안전, 경제금융, 교육, 문화체육, 보건복지, 고용노동 등 청와대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구성하여 조사된 내용을 2014년 5월 하순경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김기춘 외 6인 2심 판결, 53쪽 중에서). 해당 문건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하게 된 추진 배경은 불법시위, 정권반대운동 등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으나 실태 파악 및 근본적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또 민간단체 보조금의 경우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지원사업 주체가 다양하고 선정 권한도 개별 부서에 위임되어 있어 총괄적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대응이 힘들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간경상 보조금이나 주요부처 공모사업현황 등 중앙부처가 직접 선정·교부하는 보조금 전체를 파악하여 (기금 등 포함) 2014년 4월 4일~5월 23일 전수조사를 실시하였고, 문제예산 총 130건, 139억 원을 ‘확인하고 조치’하였고, 3천 개의 문제 단체(좌파단체, 불법시위참여 등)와 8천 명의 좌편향 인사 DB를 구축하고 지속 보완하는 등 전 사회적인 블랙리스트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시 죽 쒀서 개 주지 않으려면?

    잠시 에돌아가자면 필자의 경우 일천한 능력이지만 문재인 정부 하 문체부와 민간 문화예술계가 공동으로 2017년 8월 구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총괄간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공동위원장은 문체부 장관이었던 도종환과 민간 몫의 신학철 선생님이었는데 모두 비상근인지라 사실상 위원회를 만들고 총괄하는 역할이었다. 문체부 몫으로 1급인 문화예술실장이 공동 간사 형식으로 있었지만 문체부 역시 주요한 진상조사의 대상이었던 터라 지원 역할에 머물렀다.
    사실 한 치도 바라지 않았고 피하고 싶었던 일이다. 당시 소수자들의 권익을 위한 일,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일, 용산철거민 학살 현장이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강정해군기지 반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 등 수많은 사회적 분쟁과 갈등, 아픔의 현장에 함께해왔던 동료 문화예술인들 일부가 나서주기를 청했을 때 몇 번을 고사했다. 까닭은 개인적으로 정부 위원회에 발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 그간 여러 사회운동의 경험에 비춰볼 때 당시 정부가 촛불정부를 자처하지만 정부의 속성상 온전한 진상규명에 이르기 쉽지 않고 민간 문화예술계가 들러리 서주는 일이 되기 쉽다는 판단, 이런 정치적 명분과 지형을 활용해 정부 기관 등에 줄 대기나 할 상층의 문화예술단체와 개별 예술인들 명분 쌓아주는 일은 하기 싫다는 까닭, 그런저런 까닭에도 만약 역할을 해야 한다면 평범한 동료 문화예술인들의 명예를 지키고, 대응에 함께 나서며 민간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사회적 감각과 촉수가 좀 더 예민해지고 정교해지고 래디컬해져가는 집단적 각성의 과정이 된다면 좋겠는데⋯⋯ 그간 경험에 따르면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패배적인 관점일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에 다시 비정규직 노동운동에 전념하거나 꼭 필요한 사회적 운동에 함께하는 게 정신적으로든 운동적으로든 마음 홀가분하고 필요한 일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결국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동의 한복판으로 떠밀린 건, 그럼 다시 ‘죽 쒀서 개 줄 거냐’고 피눈물 나고 고단하던 각종 현장에서는 코빼기도 잘 볼 수 없던 이들이 우리를 대표한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니는 꼴을 볼 거냐는 눈물겨운 현장 동지들의 애원 때문이었다. 2016년부터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대책위를 꾸리고, 촛불광장에 블랙리스트 텐트촌을 꾸려 한겨울을 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등과 민간소송인단 사업에 나서고, 세종시 문체부까지 쫒아가 1박 2일의 블랙리스트 행진에 나서고, 특검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를 강제하고, 헌법재판소에 블랙리스트 위헌소송을 내는 등 힘겹게 쫓아다니던 그 길에 함께했던 우리를 생각해 형이 나서줘야 한다는 후배들의 간곡한 비판과 호소에 대한 미안함과 연대의식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또 나서야 한다면 누구의 성과를 위한 일이 아니라, 어떤 정치집단의 체면치레나 면목을 위한 일이 아니라 명백한 국가폭력과 국가범죄의 진상이 투명하게 이 사회에 보고되고 다시는 그런 기운이 함부로 이 사회에 깃들일 수 없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폭력, 국가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책 수립 등이 이루어지게 해서 오래전부터 구조적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혀 탄압받아온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들, 좀 더 평화롭고 평등하며 조화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좇는 모든 사회운동가들에게도 그 못된 전제와 폭력의 그늘이 다가서지 못하도록 하는 시금석을 세워보자는 마음이었다. 특정한 역사의 국면이 되면 다시 그 마수를 드러내는 국정원의 공작정치의 전모를 밝히고 폐지나 제대로 된 개혁이라도 이루어낸다면 그 고달픈 시간이 조금은 헛되지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미진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으로

    굳이 필자가 이렇게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투쟁에 나서던 초기의 활동과 고민을 얘기한 것은 위와 같은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조사권, 기소권 등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한 문체부 장관 자문위원회 성격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아닌 분명한 법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 직속 진상조사위원회’ 등의 틀이 필요했다는 얘길 덧붙이고 싶어서다. 그것도 문화예술계에만 특화한 조사위원회가 아닌 전 사회 부문에 걸쳐 진행되었던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 전체에 대한 통합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필자의 경우 초기엔 잠시 이런 입장과 주장을 피력하다가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다는 뼈아픈 반성 역시 놓아두기 위해서다. 각 행정부처별로 장관 자문기구 성격의 각 부문별 진상조사위원회가 계획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현실 등까지를 뚫고 끝까지 법적 권한이 분명한 대통령 직속 진상조사위원회를 요구할 자신까지는 없었다는 후회와 반성을 놓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 문화예술인들과 수많은 시민들에게 이러한 관점과 필요를 알리고 그들이 함께 요구하는 대중적 운동을 만들어야 할 터인데 사실 그럴 자신까지는 없어서 나름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자위하면서 대통령직속위원회에 준하는 역할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문체부의 허튼 약속과 나도 타협했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 진상조사의 출발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최대한의 법적 권한과 조사관, 조사기한 등이 충분해 좀 더 총체적이고 투명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에 이를 수 있는 사회적 위원회 구성을 위해 더 싸웠어야 한다는 반성과 후회가 내내 남아 있다. 기실 이러한 반성은 필자의 것이 아니라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 등의 책임을 지고 있는 이 국가와 정부의 뿌리 깊은 성찰과 반성이어야 했다.
    물론 필자와 민간의 동료 문화예술인들은 이러한 반성을 반성에만 그치게 하지는 않았다. 2018년 이후 미진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원칙적인 요구로 ‘미진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식화하고 지금까지 싸우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문제 해결의 방법을 바로잡게 된 계기는 2018년 당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해산하며 권고한 주요한 실행 가담자들에 대한 책임규명안(131명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 권고안)이 ‘징계 0명’이라는 문체부의 셀프면책으로 귀결되는 과정에 대한 분노로부터 출발했다. 2018년 11월 3일 131개의 문화예술단체와 2,166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동참해 〈전국문화예술인 대행진 ‘Blacklist Blacklast’〉를 개최하고, 당시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요구안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현 대통령이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 과정과 대책을 수립하라.
● 청·정부·국회 책임지고 블랙리스트 불법행위자 131명 책임규명 권고안(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의결안) 즉각 이행하라.
● 국회는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국정조사(특별조사단 구성)하라.
● 대통령과 국회는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미진한 진상조사, 피해자 명예 및 권리회복· 재발방지 등)
● 정부와 국회는 예술인지위와권리보장법(가칭) 책임지고 제정하라.
● 문화예술정책·행정 등 민간 협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화 시행하라.
● 문화예술노동 가치 보장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하라.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이행 축소·왜곡·방해·셀프면책 책임자 문책하라.

    대행진의 결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 당 대표와 민간 문화예술계 대표단의 간담회 등이 진행되었는데 당시 이해찬 민주당 당 대표와 간담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 간담회 일시 및 장소 : 2018. 11. 6. (화) 15:00~16:00,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 참석 : 【민주당】 이해찬 당 대표, 대표비서실장, 당 대변인(김성환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위 정책위원 등 【문화예술계 대표단】 신학철(화가. 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공동위원장), 원용진(문화연대 공동대표), 윤철호(출판인. 대한출판인협회 이사장), 이해성(연극인. 블랙타파 및 공공성획득을 위한 연극인회의 상임대표), 강성원(민예총 부이사장), 송경동(시인.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김동현(영화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동민(무용기획자.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김하은(동화작가. 어린이책작가연대), 현린(사진가. 문화예술노동연대), 이상희(변호사. 민변. 블랙리스트 법률대응모임)

■ 협의 결과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심의의결한 131명 책임규명권고안에 대한 당 차원에서의 확인과 검토
○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조사단 구성을 검토
(가칭)블랙리스트진상규명특별법에 대한 당 차원의 입법 발의 등 추진
○ 예술인의 권리보장 및 창작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가칭)예술인권리보장법을 당 차원에서 적극적 검토
○ 블랙리스트로 인해 삭감된 예산사업들에 대한 전수조사 및 복원을 진행

※ 위 면담 합의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이행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현장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문화행정 혁신을 위한 TF’를 다음 주 내에 구성하기로 함
  

문재인⋯⋯ 윤석열⋯⋯ 한 사람은 덮고 한 사람은 키우고

    안타깝지만 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금번 2023년 6월 14일 발생한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파행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막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와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무참히 현장에서 다시 ‘묻지 마 블랙리스트’로 규정되어 대통령경호실에 의해 강제 불법연행 되는 모욕적인 일 역시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공권력에 의해 끌려 나간 자리에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라는 슬로건을 참담하게 쳐다보아야 했을 560여 개 출판사 관계자들과 필자들이 여러 참담함과 모욕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오정희 씨 역시 제대로 된 조사와 진상규명의 과정을 거치며 그 혐의 부분이 더욱 분명해지고 투명해졌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하 블랙리스트 실행의 몸통들이었던 전 문체부장관 유인촌을 청와대 문화특보로 기용하고,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는 국가 재부정의 사태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미진한 진상규명은 사회역사적 좌절감과 패배감, 회의감을 조장하며 과거 블랙리스트 실행의 망령들이 부활할 수 있는 따뜻한 온상이 되고 있다. 이런 지연된 정의를 토대로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재발생하고 있는 국가·정부·공기관들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블랙리스트 실행의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윤석열 정부 1년 검열 일지】
○ 작성 : 블랙리스트 이후(준)

※ 2022년 5월 13일 : 〈광주광역시〉가 ‘호명呼名 5·18거리미술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이 걸리자 보조금 지원사업의 취지에 부적합하다면서 후원을 취소한 사건
※ 2022년 7월 16일 : 〈행정안전부〉가 전주시에 위탁한 기관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가 주최하는 ‘페미니즘예술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가 3인을 퇴출한 사건
※ 2022년 8월 23일 : 〈EBS〉가 ‘EBS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된 ‘금정굴 이야기’가 공정성과 객관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방송 불가를 판정한 사건
※ 2022년 9월 26일 : 〈행정안전부〉가 개입하여 〈부마민주항쟁 기념재단〉이 기획한 기념행사에서 ‘가수 이랑’의 노래를 검열하고 공연 배제한 사건
※ 2022년 10월 4일 :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만화진흥원〉이 주최한 ‘전국 학생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 경고한 윤석열차 예술 검열 사건
※ 2022년 10월 24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윤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붙인 혐의(옥외광고물법·경범죄처벌법 위반)로 이하 작가를 검찰에 송치한 검열 사건
※ 2022년 10월 : 〈춘천시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가 김건희 여사 풍자시가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전시를 중단한 사건
※ 2022년 10월 27일 : 〈대전광역시〉가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하는 북 콘서트 참여작가의 성향을 들어 불허한 사건
※ 2022년 12월 29일 : 〈서울도서관〉이 서울아트책보고─예술과 노동 전시를 검열한 사건
※ 2023년 1월 8일 : 〈국회사무처〉가 ‘2023굿바이전인서울’을 검열하고 기습철거한 사건
※ 2023년 4월 : 〈대구광역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베토벤 ‘제9번 교향곡’을 종교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공연 불허한 사건
※ 2023년 4월 18일 :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에 ‘전시회를 위한 로비 사용 허가’ 조항을 신설하여 사전검열을 제도화함
※ 2023년 5월 : 〈예술의전당〉이 베토벤 제9번 교향곡 ‘합창’ 공연 제목을 문제 삼아 대구에서 이 곡의 종교 편향성이 논란이 됐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팸플릿 내부 내용도 검열해야 한다며 배포를 막은 검열 사건
※ 2023년 5월 30일 : 〈인천광역시〉가 공모사업에 선정된 ‘인천여성영화제’에게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할 것’을 요구하며 시정하지 않을 시 지원할 수 없다고 한 검열 사건
※ 2023년 6월 : 〈경북 경산시〉가 ‘제13회 경산시민 독서감상문대회’에 조국·유시민이 집필한 책 등이 선정되자, ‘보조금 지원사업에 ‘좌편향’ 항의 민원 발생’을 이유로 행사 주최 측에 도서 선정 재고를 요구하고 이후 해당 책이 선정 도서에서 제외된 검열 사건
※ 2023년 6월 :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에 박근혜 정부 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며 여러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가담한 전력이 확인된 소설가 오정희 씨가 위촉된 사건
  

성실한 괴물들의 세계

    돌아와 다시 박근혜 시기 문화예술계 부문에 대한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을 좀 더 살펴보자.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13년 8월 김기춘은 비서실장 취임 이후 국정원으로부터 「문화예술계 좌성향 세력 활동 실태」(2013. 8. 16.),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재확산 시도 차단 건의」(2013. 10. 2.) 등의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나아가 문체부는 2013년 9월 9일 문체부 1차관이 단장인 ‘문화예술정책점검 TF’를 구성한 후 문화예술계 내 좌편향 작품·행사·사업 등을 사전 스크린하고 보수지형을 확대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2014년 1월 3일 문체부에 그동안 재정지원을 계속하였던 민간단체들에 대해 단체 대표 성향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국고지원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지시를 받아 2014년 1월 24일 문체부 장관은 문화예술 분야 민간보조사업에서 불법단체, 좌편향 단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예산집행 전 과정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심사위원을 ‘균형적으로’ 구성하여 심사·관리에 철저를 기하라고 당부하였다. 2014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이 끝난 후인 2014년 2월 21일경 청와대에서 문체부에 2014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선정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민족미학연’의 학술지 『민족미학』, 2013년 봄 페스티벌 주제로 국가보안법 공연을 올렸던 ‘혜화동 1번지’,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 공연예술 단체들과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까닭이었다. 청와대는 이러한 사업선정 결과가 심사위원회에 좌성향 인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2014년 3월 심의위원 임명 시 이념편향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한편 문체부는 2014년 2월 21일 「이념편향 논란의 도서 또는 사업 선정관련 대책방안」 문건을 작성하여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2014년 책임심의위원 구성을 보류하도록 조치하고 심의위원 선정 기준을 강화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개인이나 단체들을 지원에서 제외하겠다고 보고하였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2014년 3월 12일에 청와대 각 수석실 및 소관부처들에게 대통령에게 일단 조치하겠다고 보고한 내용에 대하여는 이행상황을 빠짐없이 자체 점검하도록 하고 이행하기 어려운 여건이나 상황 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다시 보고하고 방침을 받아서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블랙리스트 실행의 두 얼굴

    이런 사실들에 기반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성격을 정리해보면 정부 집권 세력이 특정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는 까닭, 특정 문화예술인들이 본인들과는 다른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가정의 이유 등으로 국가기관, 공공기관 등을 통해 법·제도·정책·프로그램·행정 등의 공적公的 또는 비공식적이며 불법적인 사찰·강요·회유 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문화예술인들을 사찰·검열·차별·배제해온 희대의 국가범죄였음이 명백해진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범죄기관화하며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원리를 파괴하며 양심과 사상의 자유, 예술표현의 자유, 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 나아가 국민의 자유로운 문화예술 향유권 등을 침해한 중대한 국가범죄 사건이었음이 밝혀진다. 2018년 1월 23일 서울고등법원의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문에서는 이러한 블랙리스트 실행이 ‘명백히 위헌, 위법, 부당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게 파괴된 헌정과 국가기관들의 총체적인 부패와 무능, 붕괴에 의해 피해받은 당사자는 이 국가 전체였고, 이 나라 국민 모두였으며, 어렵사리 이룩해온 이 땅의 민주주의 전체였다.
    한편 밝혀져야 할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실은 더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시기 당시 블랙리스트 실행의 방식은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은 소리 없이 지속실시”하는 저강도의 전술로 일제 치하 문화통치의 시기에나 전두환 군부독재 치하의 유화조치 국면에서처럼 상당히 온순한 모습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언제든 가장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바뀔 수 있는 위험한 국가 및 헌정 전복 전략에 기반해 있음 또한 밝혀져야 할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실일 것이다.
    그 시도는 실제로 계획되기도 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결정되고 그 최후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간 후 2017년 2월경 국군기무사령부는 ‘계엄령문건작성 TF’를 구성해 군부 쿠데타 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실의 일부가 밝혀졌다. 총 68쪽으로 알려진 그 계획 문건은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위해 정말 다행인 것은 이들 쿠데타 계획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부결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오판했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부결된 후 평화로운 촛불시민들이 극렬한 저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를 국가소요 상태로 규정해 계엄을 선포해나간다는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었다. 주요 광장, 기관들에 대한 사단 또는 여단별 진주 계획, 언론사 장악, 국회 및 의원 무력화 방안, 외국공관들의 지지를 얻어나갈 대책 등이 망라되어 있고, 결제자의 도장 자리만 비워둔 계엄포고령 등까지 모두 준비해둔 ‘계엄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빙자한’ 총체적인 군부 쿠데타 계획 문건이었다. 계엄 발효 시 제1 점거 거점 중 하나는 문화예술인들이 몇 개월째 점거농성 중이었고 필자가 어쩌다 보니 촌장으로 일하고 있던 ‘박근혜퇴진 광화문캠핑촌’이 조성된 광화문 광장이었다. 역사의 가정은 불필요하고, 그래 그냥 일반적인 국군기무사령부 업무의 일환이었을 뿐이겠지 하고 지나가고 싶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계획이 너무도 구체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불행한 시간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들은 예술위나 영진위나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출판문화진흥원 등에 의한 지원 배제라는 저강도 전술운용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을까? 혹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끌려가야 하는 리스트가 되지는 않았을까. 다시 그런 역사적 선택의 시간이 온다면 그들은 지난 교훈에 입각해 계엄 선포의 적절한 시기를 달리하지 않을까?
    당시 계엄 문건 작성의 책임자였던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후 5년 3개월 동안 무사히 숨어 지낸 후 새 정부가 들어선 2023년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귀국 이틀 후인 3월 31일 구속됐지만 6월 28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2년 9월 14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 TF’는 위 계엄령 관련 2급 기밀 문건을 2017년 유출하고 왜곡한 혐의 등으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3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해당 TF는 이 대외비 문건이 지난 2017년 2월 그해 3월 10일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 판결 직후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계엄령 절차를 검토하라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마련된 것은 맞지만, 실행계획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이 가공할 건 역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마찬가지로 미진한 진상규명 속에 파묻혀 지난한 공방 과정을 통해 사실관계 등이 흐릿해지며 조용히 묻혀가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오정희’

    마지막으로 돌아와 이 고통스러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던 소설가 오정희 씨 관련 혐의 내용과 얼마 전 있었던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파행 사건에 대한 필자의 생각, 그리고 인지하고 있는 내용 등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소설가 오정희 씨의 블랙리스트 실행 인지 및 가담 혐의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건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실행된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블랙리스트 파행 사건이다. 우선 빠른 이해를 위해 블랙리스트 사건의 몸통 혐의로 구속되었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외 6인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도 위 사업에 공모한 특정 신청자들을 배제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정원, 문체부, 예술위는 체계적으로 명단을 관리하는 한편 심사 단계에 따라 여러 차례 신청자 명단을 송부·하달하며 블랙리스트 실행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블랙리스트 적용 시도가 해당 사업의 책임선정위원들(소설가 하응백 등)에 대한 설득 실패와 해당 위원들의 계속되는 비동의 등으로 지연되자 선정 결과 발표를 의도적으로 5개월간 지연시키며 해당 책임선정위원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했음이 밝혀졌다. 이런 블랙리스트 실행계획과 시행 과정은 예술위 위원들에게 보고되었다는 것도 당시 예술위 간부들의 검찰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 결국 책임선정위원들 설득을 통한 블랙리스트 실행에 실패하자 예술위 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제3의 방법 등을 고안해 끝내 실행에 이른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이다. 그 방법으로는 책임선정위원들의 날인이 들어간 3차 심사결과지를 부정하고, 애초 공고된 선정 대상 101명을 최종 70명으로 줄여 위원회의 서면의결 안건으로 처리하는 방식이었음이 확인되었다. 해당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용이 가장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실행된 대표적인 사례이자 강한 집행 의지가 반영된 사례로 블랙리스트 운용 구조의 표본을 보여주는 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예술위는 2014년 11월 청와대 및 문체부의 지시에 따라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공모 신청자 949명의 전체 명단을 보고했다. 청와대 및 문체부는 949명 중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76명의 배제대상자 명단을 하달하였다. 2015년 1월 21일과 22일 사이 진행된 1차 심의와 이후 2차 예심 결과 76명의 배제대상자 중 69명을 배제시켰다는 내부 보고서가 확인되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198명의 명단이 다시 보고되었고, 문체부는 청와대의 지시와 ‘자체발굴’에 따른 16명의 배제명단을 다시 예술위에 하달하였다. 예술위 내 실행자들은 이들 16명에 대한 배제 명분을 찾지 못해 계속하여 심의 일정을 지연시킨 후 2015년 3월 31일과 4월 1일 이틀 동안 2차 심의를 진행하였다. 2차 심의 결과 통과자는 총 102명이었다. 실제 2차 심사 통과자는 94명이었지만 배제명단이 계속하여 내려올 것에 대비하여 예비후보자 8명을 포함시킨 숫자였다. 이 통과자에 청와대 및 문체부에서 1차 심의 결과 중 배제를 지시하였던 16명 중 5명이 포함이 되어 있었다. 문체부는 다시 이 5명에 추가 지시된 1명을 추가한 총 6명에 대한 배제지시를 예술위에 하달했다. 이들 6명에 대한 배제 방법을 찾던 중 2015년 4월경 갑자기 1차 심의 결과를 다시 송부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예술위가 명단을 송부하자 2015년 4월 23일경 이전에는 배제 대상에 없던 8명(박석근, 전석순, 정광모, 김혜정, 하신아, 김병곤, 박진성, 이정록)을 추가 배제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어 실행 대상은 총 14명으로 늘어났다. 예술위는 이들 14명에 대한 효과적인 배제 방법을 찾지 못해 문체부와 협의 하에 3차 심의 일정을 계속해서 지연시키며 책임심의위원들에 대한 회유·설득 공작 등과 별도 대책 마련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전개하였다. 문체부 예술정책과 오○○ 서기관은 2015년 5월 21일 작성한 「문화예술분야 지원사업 관련 현안」 문건 중 ③번 항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진행 과정을 아래와 같이 보고하고 있었다.

③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15년 정기공모사업중미해결사업

1,2차 심사를 통해 총 83건 중 69건 배제 조치 및 14명 미해결 상태
─후보자 102건 중 14건 특이사항 통보(기존6+추가*)
─1안: 14건 전원제외조치 시도 중(문학분야 오정희 위원, 심사위원 5인 대상 설득 작업중)
─2안: 14건 중 기수혜자 7건 제외한 7건 처리 곤란

※세월호관련 문학인 시국선언 해당됨

    위 문건 내용 중 ‘오정희, 심사위원 설득 중’이라는 보고 내용에 대한 진위 관련해서는 근래 당시 책임심의위원에 참여했던 이들 중 하응백 씨의 페이스북 글과 해당인들에 대한 탐문에 따라 실제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주변 제보가 있어 추가 진위 관련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필요하다면 해당 문건에 오정희 씨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재하고 작성한 오○○ 당시 문체부 사무관과의 대질 심문 등을 통해 그 경위 파악이 이루어진다면 정확해질 사안이다. 나아가 현재 모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자료들은 국가문서고에 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 바 만약 소설가 오정희 씨에 대한 추가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면 오정희 씨의 블랙리스트 인지 및 실행 과정에서의 가담 여부 등이 기술되어 있는 모든 자료 공개 요청을 언론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는 물론 의혹과 혐의를 벗고 명예를 되찾고 싶은 당사자일 오정희 씨 본인이 택하여도 좋은 방식일 것이다. 필자는 본인의 명예와 권리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누구도 그의 이런 오명과 타락과 몰락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문이 남는다면 정의 실현에 가장 부합한 문제해결의 방식은 미진하고 불충분한 진상조사 부분에 대한 재조사 등을 진상규명의 책임 주체인 국가와 정부(해당 진상조사의 과거 책임부서였던 문체부 등) 등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그 조사에 한 점 거짓 없이 진실되게 임하는 일일 것이다. 그걸 한 개인인 오정희 씨나 오정희 씨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은 누군가가 하는 수고를 덜자면 우리 모두가 나서서 이 모든 상처와 고통, 모욕과 폭력에 대한 재조사를 위한 ‘블랙리스트 추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명백한 국가범죄에 대한 투명한 진실규명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이 국가와 정부가 스스로 하거나, 국회가 나서서 발의하고 제정해나가게 강제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지난 블랙리스트 실행의 백화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어서 해당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건의 전모를 좀 더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2015년 6월 26일에 미루던 3차 심의가 열렸으나 책임심의위원들은 배제명단 적용을 끝내 거부하고 2차 심의에 따른 102명을 확정하였다. 결국 예술위는 최종적인 배제명단을 적용하기 위하여 3차 심의결과서를 부정하게 사문화한 채 선정 인원을 70명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배제명단 전원을 배제시키는 내용을 2015년 7월 17일 위원회 서면결의를 통해 확정하였다. 결과적으로 3차 심의에서 확정된 102명 중 배제명단 14명 외 18명도 덩달아 블랙리스트 실행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사전 공고되었던 심의 기간(2014년 11월~2015년 2월)보다 약 5개월여가 늦춰진 긴 파행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의 예산으로 공고된 총 10억 원을 모두 집행하지 않아 약 3억 원가량의 불용 잔여예산이 발생하였다. 이 불용 예산의 연내 소진을 위해 예술위 위원회는 졸속으로 ‘2015 주목할만한 작가상 사업’을 급조해 만들었는데 이 사업에서 역시 블랙리스트 공작이 실행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사업은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처럼 무기명 작품 제출 방식의 공모사업으로 진행했을 시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을 걸러내기 힘들다는 전략 하에 비공모 사업으로 추천위원 제도 및 예비심사 제도 설계를 통해 블랙리스트의 손쉬운 실행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 위에 언급한 문건의 동일 작성자인 문체부 예술정책과 오○○이 작성한 「리스트─2014 2015년도분(654명) 확정」 문건 중 ‘2015년 연중 사업 관리 리스트─262명’ 34쪽에 따르면, ‘2015 주목할만한 작가상’의 경우 2015년 11월 12일자로 청와대와 국정원에 ‘주목할만한 작가상’의 대상 명단이 보고되었고,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각 2015년 12월 7일과 12월 11일에 배제되어야 할 블랙리스트 작가 명단이 검토되어 하달되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관련해 배제조치된 것으로 표시된 피해 문학인들은 한○국, 신○목, 김○규, 황○찬, 백○흠, 손○규, 조○진 ,황○은(K), 강○은, 김○람, 김○아, 오○영, 이○, 한○영(B) 등 15명이었는데 이 중 한 명은 어떤 까닭인지 ‘K’로부터 배제 요청이 왔다는 표기가 되어 있었다. ‘K’는 국정원의 이니셜이었고, 위 한○영 씨 이름 옆에 기재된 ‘B’는 청와대의 이니셜이었다. 블랙리스트 실행 문건의 여러 곳에 등장하는 표식이었다. 문체부가 아닌 예술위 실무자 ○○○씨에 의해 작성되었던 문건에 따르면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배제명단 확인이 가능하였다. 이 문건에서는 ‘기존 누적 명단 : 김○주(김○곤), 김○일, 박○성, 손○걸, 신○옥, 구○모(정○경), 김○용, 박○뫼, 서○미, 안○숙, 윤○은(고○주), 천○관, 김○정, 송○경’과 ‘신규 누적 명단 : 강○은, 김○람(김○호), 김○규, 백○흠, 손○규, 신○목, 이○, 오○영, 조○진, 한○국, 한○영, 황○찬, 황○은’으로 구분되어 기재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해당 문건 파일의 비고란에는 붉은색으로 표기된 작가들 14명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이들이 위 문체부 오○○ 서기관이 보고한 문건에 적시된 14명과 동일함이 해당 문건 작성자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 당시까지 예술위에 하달되었던 배제지시 대상자들을 누적하여 해당 사업 대상자 중 김경주 등 14명은 ‘기존 누적 명단’으로, 이외에 해당 사업에서 새롭게 배제지시가 내려온 신청인 김성규 등 13명은 ‘신규 추가 명단’으로 분류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실행을 위해 고안된 기준들을 적용해 실제로 지원 배제지시가 하달된 대상자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배제되었다는 진술 또한 확인되었다. 이 기준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배제되지 않은 3인 중 2인은 ‘양해조치’를 받았으나 양해되지 않은 1인에 대해서는 관련 사업 본부장이 심의위원 몇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 결국 배제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5년 12월 18일 개최된 「2015년도 아르코 주목할만한 작가 창작지원 심의 회의록」에 따르면 최종 심의에는 예술위 위원인 오정희 씨 외 3명의 문학 관련자와 예술위 사무처 간부 3명이 참석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블랙리스트 실행의 진기명기

    이외에 어떤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한 것일까. 문학사업의 경우 ‘2015 우수문예지 지원사업’도 ‘창의적인’ 블랙리스트 실행 경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실행 사건이었다. 해당 사업에서는 ‘일부 사업 양해조치로 예술현장의 사전검열 및 불이익에 대한 의심 불식과 문제 제기 명분 상실 효과’를 위해 ‘문학(실천문학, 문학동네 등)·연극(하땅세,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 분야 필수사업 7건 양해조치’를 실행했다는 연막전술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2015 우수문예지발간지원 사업’에서는 지원 신청한 문예지들의 많은 수가 배제 대상으로 하달되어 심의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위 7건에 대해 연막용 양해조치를 취했음에도 많은 수의 블랙리스트 배제지시가 있어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지원 건수 자체를 축소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파행 사건’ 시 실행되었던 방법을 따르는 것으로 해당 사업에 배정·공고되었던 10억 원의 예산을 3억 원으로 축소하여 심의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상위 14개 사업만이 지원이 결정되었다. 2013년에는 39건, 2014년에는 55건이 지원되었으나, 2015년에는 14건으로 축소되었다. 10억 원 중 7억 원에 달하는 불용 예산을 남기는 파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 쪽에서는 특정 블랙리스트 문예지들을 배제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해당 사업을 폐지하자는 안을 제시해 논의 등을 통해 결국 사업 자체를 폐지시켰다. 2016년에 우수문예지발간지원 사업의 폐지 이후 후속 사업으로 계획된 ‘기간문학단체 활동지원 사업’에서는 몇몇 보수문학 단체들이 ‘화이트리스트’로 지목되어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데 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대부분 예술위의 소관이었다. 이런 모든 사업의 축소나 개편, 신설, 주요 사업 실행 방안이나 심사 기준, 지침의 변경 등은 예술위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의결 사항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원들은 문학, 공연예술 등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장르 사업들에 대한 점검 및 논의 등을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고로 예술위 주요 간부들은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특검 조사와 문체부 산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등의 활동이 개시되면서 관련 조사를 받아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자료와 진술 등을 통해 일정 부분에 조사에 협조하는 경로를 택했다. 오정희 씨 관련해서는 다수의 예술위 주요 간부들로부터 이러한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 대한 보고 및 논의 과정 등의 공유가 있어왔다는 진술 등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위원회 위원들은 위에 언급된 몇 가지 문학 관련 사업 외에 예술위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의 주요한 현황을 보고받으며 그 운영과 결정 등에 유일한 권한을 가지는 단위임을 생각할 때 예술위 전체가 수년간에 이르는 동안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 되어온 점에 대한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특검의 조사 및 1·2심 법정 판결문 등에 따르면 예술위는 문학, 연극, 미술, 사진·미디어, 무용, 다원예술, 전통예술 등 대부분의 기초예술 장르를 대상으로 자행되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최대 실행기관이었고, 범죄 사실로 인용된 사건의 대부분이 오정희 씨가 위원으로 재임하던 2015년~2016년에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모든 사업 부문에 걸쳐 자행되었음이 밝혀졌다. 또 그중 다수의 사업이 문학 관련 사업에서 진행되었으며 블랙리스트 명단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블랙리스트들 역시 문학 부문임을 고려할 때 당시 예술위 위원 중 문학 부문 위원으로 있었던 오정희 씨의 죄책은 현재까지 미진한 진상규명의 과정에서 밝혀진 가담 사실과 정도의 중과를 떠나서 엄중하고 포괄적인 책임이 물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근래 오정희 씨에 대한 블랙리스트 실행 가담 사례로 얘기되는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 과정에서의 가담 혐의는 하나의 사례일 뿐 조사된 전부나 책임을 물어야 할 전체에 해당하지 않음을 확인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정희 씨는 이런 과정과 정황, 사실의 확인이 조사, 폭로되던 2017년에도 어떤 사과의 변 하나 없이 오히려 예술위 위원장 직무대행의 역할을 맡아 끝까지 자리를 고수했던 이였다.
  

고 서정주 시인처럼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도 오정희 씨 관련해서는 솔직히 많이 안타깝다고 하면 또다시 헛꿈이나 캐는 멍청한 짓일까. 그 때문에 대통령 경호실에 의해 무참하게 끌려 나오고, 그 모욕적인 장면이 대한민국 모든 뉴스 매체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모를 겪은 내가 그 원인을 제공했던 이가 안타깝다고 하는 건 오랫동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한 결과 같은 것일까. 문학을 한다는 자의 자세란 것은 무엇일까. 표현의 자유를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문학인의 사명과 존엄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동료 문학인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최소한 선배 원로 문학인이라는 자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위에 기술한 여러 조사 자료들을 통해 본 바대로 박근혜 정부 하에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 문건들의 계획대로 청와대의 검증과 ‘양해’는 필수였을 것이며 ‘문화융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좌파 문화예술계 고사와 화이트리스트 육성이라는 웅대한 국정철학에 대한 동의와 공유의 선이 확인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공유의 자리를 선택한 자에게 어떤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미련한 일일까.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작 사건으로 1만 명에 이르는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사찰, 검열, 배제당할 때 그 음모와 부정을 백화점처럼 행사한 기관의 핵심 위원으로 있었다. 본인의 진술대로 나는 정말 그 실행의 티끌조차 파악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 하더라도 사과는 할 줄 알아야 하는 바보여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 기관이 헌정 유린 국정농단 국가범죄에 이르는 실로 중대한 불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몰랐다는 것마저도 죄송하다는 반성과 성찰, 사과의 말 한마디는 할 줄 알아야 비로소 ‘비인간’을 넘어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여러 자료와 진술 등의 결과를 알고도 그 실행에 참여하고 동조했다면 무릎 꿇고라도 이 사회에게 이 역사에게 동료 문화예술인들에게 사죄하고, 그에 따른 온당한 책임을 져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일본제국주의가 천년만년 갈 줄 알아서 친일 부역을 했다는 정말 사랑스럽고 천진무구한 변명을 했던 고 서정주 시인처럼 최소한의 사실은 시인하면서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최소한 묵묵부답으로 일정 정도의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는 중이라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라는 자리 등은 인간에 대한 예의, 사회역사에 대한 예의를 위해 사양하고 삼가야 했던 일 아닐까. 당신 때문에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다시 블랙리스트로 지목되어 끌려 나와야 했던 동료 문화예술인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는 건넬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예술원 종신회원이라는 허상과 허위의 감투 같은 걸 버거워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당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재벌들은 좌파 문화예술인들만 지원하고, 우파 문화예술인들을 키울 줄은 몰라요,라는 해괴한 인터뷰에 나서는 후배 문학인에게 자신을 반면교사 삼도록 타이를 생각은 없는가.
  

정의롭고 지혜로운 결정을 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공유하자면 지난 6월 14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의 파행은 필자와 함께 끌려 나온 우리가 즉흥적으로 나서거나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신문 보도 등을 통해 오정희 씨가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사실 확인 후 그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함께해왔던 문화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 이후(준),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 한국작가회의 등의 문화예술계는 긴급 논의를 통해 차분하게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5월 24일에는 위 단체들 공동명의로 서울국제도서전 주관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대한출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입장서와 요청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오정희 소설가의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으로 인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활동의 사회적 가치와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오정희 소설가를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선택한다는 것은, 지금도 전혀 반성과 사과가 없는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운동의 가치와 방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다시 한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활동과 관련하여 정의롭고 지혜로운 결정을 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우리는 이번 사안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논란이 되기 전에 대한출판문화협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와 같은 요청서를 공식 전달한 후 실무자 간에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사태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강력히 촉구해왔다. 주관단체인 대한출협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비공식 간담회 요청을 해서 위 단체 대표자들과 대한출협 이사장단과의 간담회를 5월 31일 갖고 다시 한번 해촉 등의 자정 노력이 있기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간담회 며칠 후 대한출협에서는 내부 논의를 통해 오정희 씨 관련해서는 해촉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답변을 주기도 했다. 내용은 오정희 씨에 대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 해마다 열어왔던 공식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오정희 씨가 출연키로 했던 홍보대사들의 토크성 행사에서 오정희 씨를 배제하겠으며, 홈페이지 홍보 전단 등에 오정희 씨가 게시된 홍보물은 모두 내리거나 배포하는 걸 삼가겠다는 등의 자정 노력이라는 답변이었다. 대책모임에서는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대한출협의 경우 그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에 성실히 지속적으로 함께해왔던 단위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오정희 씨 한 사람의 문제로 서울국제도서전 출품을 준비 중인 560여 개 국내 외 출판사와 그 노동자들, 해당 참여 필자들이나 초대 손님들 등이 함께 몇 개월을 준비해온 서울국제도서전은 나름 소중한 문화행사로 지켜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려는 진정성 등이 인정된다는 고려 등이 논의되어 더 이상 문제의 공론화나 사회적 확전은 피한다는 대책위 내부의 논의까지가 진행되었다. 한편 그 과정에 대한출협 부이사장이자 서울국제도서전 집행 총괄을 하는 이가 오정희 씨를 직접 만나 이러한 문제 제기가 문화예술계 대책모임을 통해 전달되었음을 확인하는 과정 역시 진행되었음을 확인했다. 우리의 헛된 바람이 있었다면 이런 과정에 오정희 씨가 전체 출판인들과 문화예술인들,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소중한 자리를 위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한출협 내부에서 이런 상황을 목도하던 홍태림 정책팀장이 이사장 면담 등을 통해 최종 내부 자정 노력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페북을 통해 사직을 밝히며 공개 양심선언에 나섰다. 그러곤 6월 11일 언론들에서는 6월 14일 드디어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오정희 씨가 건재함을 거듭 확인시켰다. 대한출협과 서울국제도서전, 문체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한 개막식 보도자료로 이를 확고히 하고 있음도 재차 확인되었다. 6월 12일 저녁 긴급 줌 회의가 소집되고 대책 논의가 이루어졌다. 모두가 참담한 마음으로 6월 14일 개막식 당일 코엑스 동문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것이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곤 당일 뙤약볕에서 기자회견 진행 후 가보고 싶지도 않은 발걸음을 어렵사리 떼어 행사장 내부로 들어갔다. 지난 7년여 문화예술인 모두의 명예와 존엄을 위해, 이 땅의 진정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해, 참민주주의를 위해 바라는 것 없이 남길 것도 없이 헌신해왔던 우리는 정작 초대받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표를 사서 입장했고, 거대한 홀 한 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개막식장으로 향해 갔다.

    “가서 뭐 할 건데?”
    “누가 질문이라도 하나 하지 뭐!”

    질서유지선 바로 너머에 윤철호 대한출협 이사장이 보였다. 우리의 두 눈이 잠깐 마주치려던 순간, 7년 전인 2016년 7월경 제대로 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민간 문화예술계가 힘을 모아 공동 논의 공동 대응의 틀을 짜야 한다고 했을 때, 창구 일원화를 해서 문체부 관료 등과 맞서야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하고 그 후 함께해왔던 한때 다정한 동지이기도 했는데 인사라도 해야 하나 망설여지던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장한 사내들이 앞뒤를 가로막고 끌어내기 시작했다. “윤철호 이사장, 이럴 수 있어!” 외치는 순간 외면하며 고개를 돌리던 그의 비정한 모습을 나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후의 상황과 이야기는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기에 별도로 기록해두지 않는다.
  

나가며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이러한 헌정 유린 국가폭력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을 투명하게 조사해 밝히고, 그에 가담한 이들의 합당한 책임을 묻고, 그런 기본적인 진상규명과 책임규명이 선행해 이루어진 후 이를 토대로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들과 국민 모두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등을 세우는 건 이 국가와 정부의 최소한의 책무 부분에 해당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을 둘러싼 파행 과정과 일련의 사건에 대한 좀 더 투명하고 구체적인 사실 및 확인의 책무 역시 일개 피해자에 불과한 필자나 주변 문화예술인들에게가 아닌 이 국가와 정부에게, 국회에게 물어져야 한다. 이 사건이 왜 해당 문화예술인만의 피해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인 문제인지를 대답해야 하는 것도 민간이 아닌 이 국가와 정부와 국회여야 한다. 오늘처럼 또 밤을 꼬박 새워서 블랙리스트 사건의 실체를 다시 직시하고, 이 사건의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함의를 재확인하는 글을 쓰며 특별법 제정 운동 등에 나서야 하는 것 역시도 이 국가와 정부, 국회여야 한다. 주권자의 권리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다. 명백한 자기 역할을 방기 묵인하고 있는 이 못된 국가와 정부와 국회의 가면을 벗겨내고 책임을 묻는 일이 먼저라는 말이다. 그 헌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 국가와 정부와 국회가 끝내 제 역할을 방기하면 이 국가와 정부와 국회를 다시 국적 불문의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퇴진 운동에라도 나서야 하는 것이 우리여야 한다는 각성의 말이다.

    이러다 사람들이 보수화되고, 심약한 어떤 이들의 경우 정신을 잃기도 하는구나,라는 것을 배우게 되던 잔인한 시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쫓김과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든 일상이.
 
 

【참고 자료】

○ 김기춘 외 3인 1·2심 판결문 등.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백서.
○ 그 외 각종 자료들을 참조 인용함.

  
  

송경동

1967년 전남 벌교 출생. 『내일을여는작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를 지냈음.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에 답함』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천상병문학상, 고산문학대상, 5·18들불상 등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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