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 외 1편

 
 

  테라포밍

 

  너는 숨 한 번에 어떤 생각을 얼마나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일까

  모든 우연이 겹쳤다

  우연이겠지
  의식하는 순간 운명이 멈춰

  이제 잘 모르겠는 사랑하려고
  수소문 끝에 찾은 굴절들

  망울, 몽우리, 봉오리
  꽃이라는 말을 달지 않아도
  발음한 모든 게 열릴 듯한 이맘때

  흐드러지게 벌어진 고백 후
  결과적으로 살았단 이야기를 나눈다

  매일 조금씩 닳아가는 물건과 안도감
  마음이 또 다른 태양계
  유일한 고리 행성처럼 움직인다
 
 

  타공

 

  이 날개로는 날 수 없다
  말하는 사이
  깃털이 빠져 깃털이 나네

  얼마간 그런 비행
  수비만 해서 이겨내려던 삶이 있었다

  바깥에 눈을 돌리는 젊음
  안으로 입을 삐죽이는 늙음

  모두가 모두를 억울하게 할 때

  그사이 뚫린 기억 하나가 찌그러진 공으로
  센 발길질을 기다렸다
  
  

김민지

2021년 제1회 『파란』 신인상 당선. 에세이집 『마음 단어 수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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