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소리 외 1편

 
 

  앙 소리

 

  꽃 필 때의 처음 소리라 해두자
  환한 감정의 첫소리라 해두자
  들킨 적 없는 몽정기의 처음 소리처럼
  차츰차츰 용기가 생겨서 내뱉는
  옹알이의 첫소리라 해두자

  그런데도 나는 그러한 소리인 줄도 모르고
  앙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내 혓바닥을 강아지에게 물리고 말았다
  악 소리보다는 부드러워서
  요란하게 싸우지는 않았다

  두드러지게 표가 나지 않는 한 음절의 인생이라 해두자
 
 

  불멍

 

  인정 많은 눈빛으로
  내 주머니 털어간 사람 있다
  인정이 수북한 눈빛으로
  나를 속여먹은 사람 있다

  이걸
  죽여
  말어

  이걸
  죽여
  말어

  혼자 중얼거리다가 불 앞에서 졸았다
  불도 내 앞에서 졸았다
  
  

고철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홍천에서 성장. 2000년 『작가들』로 등단. 시집 『핏줄』 『고의적 구경』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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