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선생의 말들 외 1편

 
 

  뫼비우스 선생의 말들

 

  엊그제 놓친, 일부러 풀어놨었나
  아무래도 상관없는 내 말들을 찾으러
  다시 네게로 갔다
  나의 말들과 너의 말들은 뒤엉켜
  어느 것이 내 말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주로 모나고 예리한 말들을 고르다 보니
  너를 물었을 게 분명한 그 말들이 오늘은 서슴없이
  나를 문다 멍 자국 선연하다

  고른 말들을 데리고 올 때도 더러는 이미
  내 손아귀를 벗어나 오던 길로 되돌아가고 그런데
  그건 너의 말이었을까 나를 버린 말이었을까
  남은 말들도 꼿꼿이 고개를 세운 채 제멋대로였는데
  확실히 네 말보다는 내 말들이 날래고 날카로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서 벗어나 애초에
  내 것이 아닌 말처럼 천연덕스레 나를 물었다

  너를 문 말이었을지도 몰라
  너를 물고 나를 문 그 말들은 이제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낯설고
  나를 벗어난 말들도 빠르게 새끼 치고
  내 말과 섞여온 너의 말들도
  무럭무럭 자라서 내 마음속 미늘처럼 박혀 빠지지 않고

  아무래도 상관있는 내 말들을 찾으러
  다시 네게로 간다
 
 

  전조
  ─봄에 들리다[憑]

 

  겨울과의 계약을 끝낸 바람이
  이따금 찾아왔다 밤이면
  달빛 아래 수다 중인 봄밤의 꽃들과
  자주 눈이 맞았다 막 웃음 나왔다 갑자기
  낯선 사물들조차 반가워 그들에게
  낯익은 친절을 베풀었다 나는
  꽃과 사물 위에 더께로 앉은 먼지를
  그리움의 무게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예보를 어긴 한낮의 소나기가
  팔뚝에 오소소 소름을 돋게 해도
  머리는 둥둥 물 위를 걷고
  마음은 붕붕 하늘을 날고 그렇게
  둥둥 붕붕 걷고 나는[飛] 마음 따라
  막 웃음 나왔다 걸어도 앉아도 누워도 마냥
  
  

문계봉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너무 늦은 연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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