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흥청망청 써서야 되겠나 외 1편

  

사랑을 흥청망청 써서야 되겠나
  

  우리 엄마 아빠 말이다
  달링 허니 여보 당신
  난데없이 무한반복 자동 재생되는 호칭들

  아침에도 쪽
  저녁에도 쪽
  같이 출근도 하고
  같이 퇴근도 하면서

  우리 집 거실엔 사랑이 홍수처럼 불어나고
  떠내려갈까봐 내가 컹컹 짓고
  잠겨버릴까봐 동생이 덜덜 떨고

  내 사랑은 지금 위독하다
  간이 붓고 중독되어
  민들레 씨앗처럼 간당간당하다
  그 애는 카톡에 답장 한 줄 쓰지 않는다

  이런 내 앞에서 대놓고
  엄마 아빠가 저렇게 사랑을 막 써서야 되겠나
   
   

엄마가 동시집을 안 사주는 이유
  

  엄마 말로는
  동시집을 많이 읽으면 못쓴대
  애늙은이가 된다나 뭐라나

  내 머리에 턱을 대고
  꾹꾹 누르는 엄마
  내가 자라는 게 싫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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