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신 외 1편

 

  대변신

  

  화장실이
  두 개인 집에서,

  화장실이
  하나뿐인 집으로 이사 왔다.

  한 달쯤 지나자,
  똥 누는 시간이 변했다.

  나는 학교에서,
  아빠는 회사에서 똥 눈다.
  대변이 대변동 했다.

  쉬는 날에는
  늦잠 자니까 괜찮다.
  잠이 똥을 이기니까.

  이사하고 나서
  대변이 대변신 했다.
  대변이 대변심 했다.
  
  

  아빠는 모른다

  

  ‘코 골면서
  뭔 티브이래?’

  밤늦게 들어온 아빠가
  잠든 엄마 손에서
  리모컨을 빼낸다.

  아빠는 모른다.

  ‘티브이라도 있어야지.’
  늘 혼잣말하는 엄마를.

  ‘저 탤런트,
  아빠 젊었을 때랑 똑같네.’
  눈이 이상해진 엄마를.

  아빠는 모른다.

  아픈 할머니 뵈러
  엄마 아빠 시골 갔을 때,
  밤새 날 지켜준 게
  리모컨이라는 걸.
  
  

이정록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의자』 『정말』 『어머니학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동심언어사전』 『그럴 때가 있다』, 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 『저 많이 컸죠』 『지구의 맛』 『아홉 살은 힘들다』가 있음. 김수영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박재삼문학상, 천상병동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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