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석류 외 1편

 
 
  가을 석류
  ─손바닥 동시
 

  무서운 걸 보았나?
  뜨거운 걸 삼켰나?
  입을 다물지 못하네
 
 
  초록애벌레기차
 

  초록애벌레기차가
  여름 역에 도착했습니다
  까맣게 몰려온 개미들
  먼저 타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문이 어딘지 몰라
  발만 동동 구릅니다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고
  구름은 떠날 시간 되었다고
  부랴부랴 안내방송을 합니다
  여름 해가 너무 길어
  기차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개미도 얍얍 함께 달립니다
  
  

유강희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 예보』 『무지개 파라솔』 『손바닥 동시』 『달팽이가 느린 이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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