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시대와 웹진의 다양화

  
  

1. 디지털 미디어 시대, 문학의 길

  

  디지털과 네트워크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커다란 영향을 주면서 기존의 사고방식과 생활 패턴을 바꾸었다. 그 가운데 인터넷의 출현 및 확산은 미디어 환경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특히 인터넷의 대중매체로서의 발달은 신문, 잡지, 출판, 텔레비전, 라디오, 통신 등 종래의 미디어의 범주적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디지털 기술의 정점에 선 인터넷과 기존 미디어가 결합한 새로운 미디어는 새로운 저널리즘 환경을 형성했다. 이에 문학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여러 변화를 주고 있다.
  2000년대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생산되는 문예지는 새로운 지형도를 형성해가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 확산으로 대중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의 소비방식 역시도 생산, 매개, 소비가 서로 융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자기표현 욕구의 발현, 개인 취향의 다양성이 반영되어 있다. 웹진은 WWW(World Wide Web)와 Magazine의 합성어로 인터넷상에서 홈페이지 형식으로 공개되는 잡지를 의미한다. 종이가 아닌 인터넷망을 통하여 잡지 내용을 검색하거나 기사를 전송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 성향 및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트렌드가 문화예술에 접목된 한 양상이다.
  그렇다면 문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을까. 출판 문예지에서 온라인으로의 영역 확장, 본격적인 웹진의 사례 그리고 출판 문예지에서 웹진으로 변화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나가는 ‘웹진’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문학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출판문예지의 온라인 영역 확장

  

  문예지를 발간하는 출판사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변화하는 경제적 패러다임 속에서 여러 변화를 시도한다. 급속하게 이루어질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대비하는 지원체계의 구축과 다양한 전략들을 고민한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출판 유통으로 나온 문학 잡지들이 웹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먼저 문학동네는 2020년 3월에 〈週刊문학동네〉를 〈그림 1〉과 같이 웹진으로 발간했다. 작가들이 한 주 동안 각자 맡은 요일에 주 1회씩 작품을 연재하고,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연재를 했다. 기존에 유료의 『문학동네』 문예지를 웹상에 누구나 들어와 무료로 읽게 함으로써 독자의 자율성과 참여성을 이끌었다. 또한, 웹진에 연재된 소설과 산문은 단행본으로 출간해 책으로도 만날 수 있게 했다.

〈그림1〉 〈周刊문학동네〉

  이러한 변화와 과정에는 “독자들은 연재를 통해 작가의 신작 소설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공유의식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작가들도 연재 지면과 원고료를 통해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안정적 환경을 만들려는 출판사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온라인화가 가속되는 전망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것은 “문학이 공공적 가치와 삶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문학만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때 공공적 가치와 삶은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이고 공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개인의 자유 또는 창작자로서 작가 개인의 미적 자율성과는 상반된 영역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문예지는 공통적 요소를 근간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체와 달리 차이를 드러내는 담론의 공간으로서 공공성을 실현하는 매체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으로 살펴볼 민음사는 1966년에 창립되어 1976년에 『세계의 문학』 계간지를 창간했다. 이후 ‘김수영문학상’, ‘오늘의작가상’ 등도 제정해서 많은 작가의 등단과 독려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1990년대에는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황금나침반, 세미콜론, 민음in, 판미동 등 다양한 출판 브랜드를 통해 종합 출판문화그룹으로서 성장을 해 나갔다.

〈그림2〉 민음사 격월간지 『Littor』

  〈그림 2〉는 민음사에서 2016년 8월에 창간된 『Littor』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간 모습이다. 『Littor』는 2015년에 종간된 『세계의 문학』을 대신해 만들어진 것으로 출판사 편집인들이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있다. 내용부터 형식 그리고 판매까지 젊은 편집자들이 총책임을 진다. 2020년에는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북클럽인 블로그를 공식으로 개설해 독자들과 소통을 유도하면서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을 홍보하기도 했다. 또한 아래의 〈그림 3〉과 같이 북 캐스트에서는 전문 성우 외에도 연예인의 인지도와 목소리를 활용한 오디오 북을 개설해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그림 4〉와 같이 유튜브를 개설해서 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책의 제작 과정을 알 수 있게 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받아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림3〉민음사 ‘북로그&북캐스트’                〈그림4〉유튜브 〈민음사TV〉

  이처럼 문학동네와 민음사가 개설한 웹진은 새로운 가치와 기준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 추구하는 현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동통신의 기술발전은 문예지 발간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웹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는 PC 외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다양하고 유동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출판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한다. 이것은 출판 마케팅으로도 활용됨으로써 문학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안으로써의 의미를 지닌다.
  
  

3. 웹진, 독자의 참여와 소통의 다양화

  

  2000년대 초 인터넷 매체 환경으로의 전환기에 창간된 웹진은 〈비유〉와 〈문장 웹진〉이 대표성을 띤다. 먼저 2017년 12월에 창간된 〈비유〉는 서울문화재단에서 발행을, 연희문학창작촌에서 기획을 맡아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웹상에서 발간이 된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와 예술로 행복한 도시 만들기를 목표로 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가치가 발현되고 공감되는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단체이다. 특히 창의적 전문성과 열정적 도전, 포용성과 실천적 소통 등을 중시한다. 이를 반영하듯 〈비유〉 역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문학을 만나볼 수 있는 ‘하다’와 젊은 작가 특히 막 등단한 작가들의 신작에 과감하게 지면을 제공하는 ‘쓰다’, 다양한 사회적 양상을 살펴보는 ‘묻다’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림5〉 웹진 〈비유〉의 첫 화면과 아카이브

  위의 〈그림 5〉에 보이는 것과 같이 〈비유〉는 시,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지만, 전문적인 필자와 비전문적인 필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방침이나 콘텐츠 구성 방식, 그리고 실험적 프로젝트들은 인터넷 매체를 기반으로 한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냈다. 특히 신인 작가를 발굴하거나 기성작가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기존 잡지의 틀에서 벗어나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함께 문학의 과정을 고민하는 문학 웹진을 표방했다.
  이외에도 아카이Archive를 통해 ‘하다’, ‘쓰다’, ‘묻다’의 주요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내에서 이메일 수신에 동의한 회원과 〈비유〉의 비회원 구독 신청 및 구독 추천을 받은 독자들에게는 메일로도 발송하는 등 다양한 수용자층의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학광장이 주관하는 〈문장 웹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017년 1월에 신년호에서 더 다채로운 구성으로 재편되었다. 침체된 한국문학을 사이버 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개설 취지에 맞게 지금까지 대표적인 사이버 문학광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초기에는 매월 3편 이상의 신작 단편소설과 2편의 비평, 그리고 세 시인의 신작시를 정기적으로 게재했다.

〈그림6〉 〈문장 웹진〉의 첫 화면과 메뉴 화면

  이후 중견 작가의 신작과 함께 지면을 얻기 힘든 신인 작가들에게도 지면을 열어주었다. 이러한 꾸준한 변화를 통해 위의 〈그림 6〉과 같은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문학을 만날 수 있도록 새롭고 편리한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이것을 통해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였고, 다양한 읽기 방식을 반영해 목차와 검색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시, 소설, 비평 외에도 Part.g(리뷰)에서 희곡, 청소년소설, SF소설 등을 조명함으로써 문학의 장르를 넓혀 나갔다. 독자들 역시도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7〉 ‘문장의 소리’

  특히 위의 〈그림 7〉과 같이 ‘문장의 소리’에서는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금까지 500여 명의 작가를 초대손님으로 내세웠다. 그동안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것은 디지털 매체 환경의 발달로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음에 따라 창작 공간이 인터넷으로 이동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문학을 애호하는 핵심 독자층들에게 직접 작품을 생산·향유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문학 작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다음 〈그림 8〉은 웹진 내에 있는 ‘문학 집배원’이라는 코너이다.

〈그림8〉 ‘문학집배원’

  이곳에서는 독자들에게 시와 문장을 읽어주고 신청받은 이메일로 시와 문장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와 문장배달은 모두 오디오 방식으로 1편의 시와 작가가 추천하는 작품 문장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문장배달의 경우에는 독자가 관심 있는 작가의 추천 작품을 접하는 기회가 된다. 이것은 ‘문학의 주인은 독자’라는 〈문장 웹진〉의 존재 의미를 다양하게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웹진에 발표된 작품을 매개로 작가와 독자 간의 지속적인 온라인 소통을 더욱 가능하게 한다.
  이와 같이 〈비유〉와 〈문장 웹진〉이 웹진으로 자리를 안정적으로 잡아가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살펴볼 〈문화 다〉는 문화평론과 생활 에세이를 중심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문화 다〉는 2012년에 출판 문예지로 창간되었지만 2022년 10월부터 열린 미디어 체제로 바꾸었다. 기획과 집필, 게재 등을 자율화해 독자와 저자의 참여를 통한 소통을 모색해나간 것이다. 무엇보다 편집위원이 따로 없이 필자들 모두가 편집위원이라는 체제는 눈여겨볼 만하다. 비판적 문제의식과 패기와 열정을 나타낸 문화평론과 생활형 에세이에 대한 투고를 받고 있기도 하다. 생활형 에세이의 경우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웹진들과 차별화되게 문화평론, 에세이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독자들은 ‘독자와 글’이라는 난에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문화의 여러 요소를 면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음은 〈그림 9〉는 〈문화 다〉의 메인 화면과 ‘독자와 글’ 코너의 독자들의 글을 보여주는 화면이다.

〈그림9〉 웹진 〈문화 다〉의 메인 화면과 ‘독자의 글’ 코너

  위의 〈그림 9〉의 오른쪽 화면에서 독자들은 문학,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만화 등에 대해 ‘독자와 글’ 코너에 생활 에세이를 제출할 수 있다. 「행복」, 「하늘 나라의 엄마에게」 등은 독자들의 실제 글이다. 여기에는 글과 함께 사진도 넣을 수 있어 독자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더욱 가능하게 했다. 문화 코너에서는 전문 문화평론가들이 대중문화, 게임, 미술, 만화, 사진, 음악 등에 대한 글을 게재하고 있기도 하다. 〈문화 다〉는 문화비평지를 지향하는 것에 맞게 매년 평론상을 제정해 수여하고 있으며 현재 4회째 이어지고 있다. 매해 출판된 평론집을 후보로 하여 베스트 평론집을 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비유〉, 〈문장 웹진〉, 〈문화 다〉는 기존의 문예지와는 다른 다양한 행보로 많은 독자와 작가 외에도 여러 수용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웹진으로 발간되는 문예지가 온라인 문화예술 서비스의 대표성을 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문화예술의 창작과 향유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 문화예술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특히 침체된 문화예술 영역에서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온라인 문화예술 플랫폼은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4. 위기에서 기회로의 웹진 모색

  

  그동안 문학의 가치와 역할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였다. 그것은 문학의 계속되는 진화의 모습으로서 문학의 지향점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한다. 최근 여러 문예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문학의 역할과 의미를 진지하게 점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새로운 가치와 기준 아래 디지털 미디어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정서와 기호를 반영한 변화이다. 이것은 문학의 전통성과 고유성이 별개로 존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조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웹진의 다양한 변화의 시도는 앞으로의 문학이 기존의 전통과 고유성을 바탕으로 시대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이것은 곧 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의미에서 여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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