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下顴은 모르는 사람 외 1편

  

하관下顴은 모르는 사람

  

  몇 년을 보았어도 네 얼굴을 모른다
  우리의 대화는 표정 없이 전달되는 모스 부호 방식

  하관을 숨기고 시작하는 대화는 끝이 없지
  아무리 눈동자를 보아도 코 높이는 가늠이 안 된다

  눈과 귀는 이름표를 달고 서로 초점을 맞춘다
  마스크를 쓴 네 검은 눈동자는
  꽃잎이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수강할 때마다 카메라가 서로의 얼굴을 지운다
  목소리만 화면 가득 남아 늘
  두 발을 들고 검은 암석으로 굳어간다

  내가 모르는 광대뼈 아래의 코와 입술은
  너도 모르는 서로에게 낯선 신체 부위

  마주 보고 있으면 숨소리 들린다
  하관은 심해에 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

  수백 년 전의 사랑을 수백 번 재현하려는데
  광대뼈의 넓이를 몰라 나는
  비스듬히 앉아 붉은 네 머리카락을 본다

  모른다 마스크를 쓴 우리는

  표정이 없는 얼굴을 생각하며 거리를 걷는다
  하관은 한없이 넓은 지평선이다

  수없는 계절 동안 서로 사랑했는데
  흰색은 너무 깨끗해 네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장미 이식 수술─감정노동자 P에게

  

  가슴에 감촉이 부드러운 흰색 장미 젤을 넣다가
  나는 욕설로 무너져내린 붉은 상처를 본다

  수술대에 오른 그녀의 몸은 눈물을 상당량 머금고 있어
  진흙의 가역성을 실험하기에 알맞은 비린내를 풍긴다
  깃털 모양의 겹잎에 겹잎을 붙이는 숙성의 시간
  그녀는 성장기의 가슴앓이를 하는 것일까

  흰색 장미로 주문한 형상을 빚는
  나의 손은 본래 창조되었던 가슴을 지운다
  높은음자리에도 녹지 않을
  아직 장미유가 되지 못한 향수를 만진다
  창조주의 진흙이 백화점 마네킹처럼 뚜렷한 윤곽으로 재현된다

  나는 송곳니가 솟아나는 과냉각 상태를 확인하며
  본래 가슴 조직의 겹잎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본다

  장미꽃은 솟아오르며 방패를 닮는다
  조건부 불안정을 극복하는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마네킹이 성숙기에 이른다
  응결고도의 워킹으로 햇빛을 받아 날카로운 톱니가 밝게 빛난다

  부드럽고 조작 가능한 몸

  타원형의 장미꽃은 변화를 싫어하는 기색도 없이
  고객 경계층에서 조작된다

  가슴과 가슴 사이 혓바닥에 엉겨 있는 욕설이
  강렬한 속도로 상승하며 응결고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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