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외 1편

  

주식시장

  

  1)
  그는 주식主食으로 주식株式을 산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장이 열리면 매수와 매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는 주로 단타로 종목을 공략한다

  치고 빠지는 곤봉호리벌처럼 유연한 감각
  투우사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만 한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느닷없이 그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도 주식을 주식으로 하냐”
  “너 목은 못 잘라도 손목은 잘라버린다”
  “시인이 시를 써야지 그러면 절대로 시 못 쓴다”며 엄포를 놓는다

  그는 친구의 불합리한 흥정에 액면가대로 살 이유가 없었고
  시세는 거품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2)
  마침내 장이 시작되었고
  갑자기 엎어지고 치솟고 뒤집히고
  눈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간판들이 여기저기 불꽃을 튀기며 떨어져 나갔다

  캔들이라고 하는 전봇대 속수무책 고꾸라지고
  순식간에 기온이 –50도로 떨어지고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극심한 한파가 불어닥쳤다

  한파는 개미들이 사는 지하 벙커까지 기어들어 와
  으름장을 놓았다
  위드 코로나 관련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속수무책 당했다

  모두가 보따리를 싸고 줄줄이 빠져나갔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야 했으나
  이미 추스를 정신이 없었다

  망연자실 그는 읊조린다

  해는 왜 내 머리 위로만 지는가?
  분명 그의 머리가 서西라는 것이 명확하다고
  서에서도 해 뜰 날이 있을 거라며
  내일도 반등을 꿈꾸는
  그는

  손목이 서늘해져옴을 감지한다

  

  

박제된 물방울

  ─ 편지

  

  당신 잘 있나요?
  물방울 여자가 눈을 뜬다 당신은 여전히 사탕인가요 비스킷인가요 초승달 같은 짧은 안부가 머리를 쫀다 어딜 가나 당신 생각이 나요 젖가슴을 조몰락거리는 심술궂은 멍게를 발로 걷어찬다 당신이 그때 한 말 기억나나요? 멍게는 모자이크 처리되어 개가 물어간다 분명 혓바닥 없는 4월이었어요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정수리가 숨이 막혀와요 우리의 동그란 약속 까르르 구르던 계절은 탈골되어 당분간 저당 잡혔어요 긴긴 하이패스 터널을 지나서 코너 코너마다 당신은 진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어요 모자이크의 파도는 박수처럼 기립했고 물방울의 밤은 해삼처럼 매끈거렸어요
  핑퐁 핑퐁 노을 밖으로 자꾸 밀어내는 당신, 당분간 당신 곁 좀비로 남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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