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게심니 외 1편

  

올게심니1

  

  시골에 터 잡으면 꼭 해 보고 싶던 일
  처마에 옥수수 매달기
  옥수수 나올 때마다 갈아야지 하다가
  껍데기 버릴 때 다짐도 던져버리고
  게으름도 함께 매단 지 몇 년
  옥수수는 비바람 맞으면서 터지고 단단해졌다
  터진 알갱이마다 벌레가 알을 까고
  거미는 옥수수 기둥 삼아 너른 창고를 지어
  잠자리와 나방을 쟁여놨다
  알알이 날벌레 드나들고
  바람 한 자락 지나가면
  다닥다닥 붙은 벌레 허물이 바삭거리고
  햇살 아래 거미집은 은빛으로 출렁
  알갱이 갈라진 틈으로 바람도 쉬어 갔다
  옥수수는 실한 알갱이 매달 때처럼 살림이 폈다
  이제 내 맘대로 버릴 수 없는
  남의 집이다

  

  

바스라기꽃2

  

  볕 좋은 날
  바스락,

  바람결에도
  바스락,

  얘야,
  움직일 수 없구나
  손도 무겁고 발도 무겁고
  줄줄이 이 링거병을 치워다오
  수액으로 온몸이 다 젖었구나

  살아 있어도 마른 꽃은
  바스락,

  다시 볕이 나도
  바스락,

  

  

주석

  1. 한가위를 전후해 벼, 수수, 조 따위의 이삭을 묶어 방문이나 기둥 따위에 걸쳐 두는 풍습.
  2. 국화과 식물이며 종이꽃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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