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너의 환생을 기다려 외 1편
알, 너의 환생을 기다려
난,
너의 종족을 여덟 존재나 무참하게 깨버렸어
왜?
핑계지만 나도 살아야 하니까
부드러운 환을 휘저어
부활을 꿈꾸던 너를 단숨에 들이켰지
비릿한 맛,
비리다고, 삶이 그런 거라고 너는 주장했지
때로는 혁명을 위하여
인간을 위하여
아니,
그저 나 하나의 육신을 영육하기 위하여
너의 혈을 응시했어
살점이 될,
대지를 딛고 펄펄 뛰어다닐 너의 관절이 될,
날지 못하는 꿈을 키우는
너의 생, 너의 시간을 송두리째
취해버렸어
가끔 내 살을 발라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
다른 것을 탐하지 않고 벌하지 않고
나를 탐하고, 나를 벌하고
그러면 조금 나아질까
지구는 너무 뜨거워
훨훨 타오르고 있어
언제까지 지구는 살아 있을까?
환은 언제 해체되고 말까
오늘도 너 하나를 들이켰어
부디 용서해줘
기도할게
너를 읽지 않는다
만진다
냄새를 킁킁 맡는다
해풍에 그을린 이마 수줍게 짚어본다
손끝에 달라붙는 비린내
너는 어디에도 없다
너를 기다린다
너는 어딜 가도 있다
너를 기다린다
너의 목소리를 더듬는다
토돌토돌한 문자를 퉤퉤 뱉는다
손톱으로 긁어대던 유리창은 파편이 되었다
곁에 있는 것들이 신기루로 사라졌다
썩은 냄새 진동하는 흔적
읽지 않고 마신다
마시지 않고 삼킨다
틀을 뭉개고 튀어나오는 시간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슬픔은 문병을 가지 않았다
죽음은 조문을 받아주지 않았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아서
문 앞에서 돌아섰다
바람의 생, 문을 닫는다
너를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