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뜰 외 1편
아버지의 뜰
아버지는 나를 업고
천천히 천천히 마당가 염주나무를 한 바퀴씩 돌았지
아버지의 넓은 등에 바짝 귀를 묻고
눈을 감고 있을 때
아버지의 등에서 웅웅 울려오던 알 수 없는 소리
수천 길 돌아 돌아
500년 전
가뭇한 잠 속으로 아득히 스며들던 그 울림이
내가 태어나 처음 들었던, 나의 노래였음을
이제, 이제야 알았네
오후 2시, 그때
시칠리아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와인을 마신다
티벳고원에서 독수리가 날고
쓰촨성 산사태로 100여 명이 매몰되고
성모산부인과에서 세쌍둥이가 태어났다
따가운 햇볕이 눈부시던 그때.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던 그때.
아름다운 축제가 시작되던 그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