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외 1편

  

세상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어머니가 아버지를 밤새 복사하여 나를 낳았듯 아내도 나를 베껴 뚱딴지같은 아들놈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천둥벌거숭이로 자라나던 시절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던 나에게 아버지는 네 몸에 양반 가문의 피가 흐른다며 케케묵은 연안이씨 태자첨사공파 족보를 펼쳐 보이시곤 하였다. 그러나 내가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보면 나의 족보에 오류가 난 것이 분명한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내가 부모를 지정하고 태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들놈도 나와 아내를 지정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외박한 아들놈은 나를 닮았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아침부터 욕을 얻어먹었다.
  
  세상사는 일이 모방 아니면 표절 내가 나를 복제하는 자기 증식의 시간. 건너편 성형외과에서 공산품 찍듯 찍어낸 어느 족보에도 없는 성형미인들. 금요일 오후 5시만 되면 음악 쇼 프로그램 뮤직뱅크1에서 똑같은 표정과 웃음을 지닌 채 TV 밖으로 걸어 나왔다.
  
  

청춘 예찬

  

  혼자 네가 우는 것을 보았다. 세상은 네 의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은 한 번도 평등해본 적 없는 투쟁의 연속이었음을, 가끔은 타인에 의해 네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될지언정 너의 새로운 날을 위해 세상과 맞짱 뜨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결례를 무릅쓰고 낯선 사람과 영혼 없는 의식도 치러야 하고 너의 가난한 사랑이 계량되기 전에 미리 헤어질 것을 대비하여야 한다. 네가 너를 위해 거짓말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런 너를 보듬어주고 네가 너를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사랑이 너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 아픔이 웃자라지 않도록 혼자 우는 연습도 하여야 한다. 집 앞 느티나무를 찾아가 혼잣말을 건넬 줄도 알아야 하고 백마강 변에 나가 묵언 중인 몽돌의 말을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람으로 사는 동안 너의 외로운 영혼을 의탁할 신 하나쯤은 가슴에 모셔두어야 하고 너를 위해 기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네가 너를 연출할 수 있는 총책임자라는 것을, 그런 너를 증명해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인임을 알아야 한다.
  
  

주석

  1. KBS 2TV 음악방송 쇼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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