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외 1편
빈방
새가 떠난 방은 비어있었다.
부스러져가는 책 냄새가 나른한 고양이처럼 늘어져 있을 뿐.
너무 오래전 찾아와 희미해진, 새의 기억, 그 너머를 찾아 떠난다.
맨발에 닿는 버석거림으로
삐꺽거리는 기억의 수레를 끌며.
흩어지는 현기증과, 섞여들려는 매화꽃 일렁이는 공간을, 부피도 무게도 벗어가며 걷는 듯 흐른다.
(물소리가 들렸나? 물이 흐르고 있었나?)
이끌리듯 당도한 물가에서 만난 새 한 마리.
무표정한 눈에 수천 년 흐르는 노래를 담고, 시간의 화석이 되어버린 빗살무늬 토기에 새겨진 새.
깊이가 없는 새의 노래는 끝이 없어
꼭꼭 찍힌 발자국 위에 떨어진 햇살 한줌 쥐고 돌아온다.
4월의 어느 날
몸에 배인 습관이 어긋나는 순간, 압착된 틈을 비집고 부─웅 의식이 솟구쳤다
붉은 불빛 소란스레 스며드는 119구조차량에 실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설핏 떠진 눈에
─ 이슬에 젖은 보봐리 부인의 발등을 닦아주고 싶어
너의 말이 또렷이 떠오르고, 다시 빼꼭하게 차오르는 어둠
두해 먼저,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그림자 세계로 거침없이 흘러간 너!
가끔 이름을 들먹이며 기억해 달라는 전언인지?
─ 마지막일 수 있는 순간에 보봐리라니……
폐차장 먹이가 된 승용차처럼, 부스러진 몸으로 허허롭게 웃어보는
봄 햇살이
연주하는 악기처럼 꽃발을 딛던 4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