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케이지 외 1편
배터리 케이지1
이곳은
A4 용지 3분의 2 크기죠
야성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안락을 온전히 품을 수도 없이
오늘을 살아요
여기는 잠 속이 좁고 어두워
어항 속 물고기가 되는 꿈을 꾸죠
슬픈 날개와 지느러미
다시 갇히는 세계와 멀어지는 방향
죽음을 탐색해도 될까요
동족의 날개 밑 온기를 쪼아도 될까요
의심 없이
반성 없이
본능은
가끔 깨집니다
모성이 우글댑니다
달이 차지 않아도 무럭무럭 태어나는
무정한 것들은
어디로 굴러가서 바깥이 되나요?
아무도 모르게
내가 독백을 숨겨놓았는데
괴불주머니
1
버려진 이름을 모은다
오늘 주워 넣은 것
이것은 미각의 세계에서 뒤처진 상한 유머
단절의 세계에서 뛰쳐나온 단말마
아무도 모르게 복선을 집어넣는다
여전히 이 세계를 떠도는 자음과 모음은 허공이다
무언가를 자꾸 흘리고 다니는 당신 안에
내 꽃말을 끼워 넣으면
기억에 기억이 겹쳐지면
비밀이 된다
모두 비워내기 위해선 꽃대에 달린 질문을 하나씩 떨궈야 한다
바닥에 이야기가 가득하다
여물었거나 부르텄거나
뭉개진 플롯이 들고 나온 나의 이름
내개 붙어진 이름은, 고아다
높이를 툭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절정이 끝나는 지점에선
다 지나가도 자흔은 아물 생각이 없다
주머니를 채우고도 이름은 넘친다
2
이름은 어느 장소에서 가장 선명하게 자랄까요 태어난 지 한참 지난 내 이름은 어떤 본적을 가질 수 있을까요, 호명은 따뜻한가요, 넌 누구냐 물으면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이름을 갖는다는 건 비로소 목적이 완성되었다는 뜻이겠죠 태어나자마자 독립을 꿈꿔야 하다니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내가 먼저 허공을 거부했을까요 계절은 어디에서 언제쯤 비참을 버릴까요 내 첫 울음이 계속 흩어지고 있어요 제일 먼저 알게 된 단어가 고개를 떨구다,이니 전부 다 흘러내려 처음부터 슬픔이나 서러움 따위를 담아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