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나무 흰 꽃 한 잎 외 1편

  

감귤나무 흰 꽃 한 잎

─강여심 할망전

  

  1
  감귤꽃 피던 날도
  감귤꽃 지던 날도

  두고 보고
  다시 보고

  당신이 정한대로
  백 년百年을 살고 지니

  공평을 아낀 일과 불만을 나눈 일이
  단잠 속의 꿈이라

  때맞추어 나갔다가
  때맞추어 돌아온

  감귤나무 흰 꽃 한 잎
  서귀바다 물마루 위

  저 무욕無慾의 나라로
  두근두근 날아가시네

  2
  잎잎이 웃던 날도
  잎잎이 울던 날도

  고이 접고
  또 접어서

  당신의 방식대로
  마지막 한 말씀 살짜기 내려두고

  굽은 등 모로 누워
  가랑가랑 코 고는 소리

  잔잔하고 맑은 꿈 끝
  사바하여
  감귤나무 흰 꽃 한 잎
  서귀 하늘 붉은 꽃자리

  저 적막寂莫의 세상으로
  살금살금 들어가시네

  

  

예순

  

  꿈에 빨간 직인이 찍힌 노란 봉투를 받았다
  국가기록물보관소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 보내온
  이제 만 육십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백 년이야 한숨에 지나가버리는 게 꿈속인데
  직인 찍힌 증명서라니

  사는 건 꿈밖의 일이라
  예순이건 칠순이건 내 아는바 없다고 하면서

  삼천리호 자전거를 타고 나가
  반송 우표를 사 우체통에 넣고 오는데

  꿈속에서도 미안하긴 했다
  아직 막심幕心을 나누지 못한 몇몇의 사람들과
  여기 해로偕老를 다하지 못한 나머지 세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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