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외 1편

 
 

  틈새

 

  네 몸 내 몸 비좁은 틈새에서 춤을 추고 싶어
  물빛 바람으로
  청동 달빛 그늘 아래 잔가지 떨림으로
  흙을 헤집는 애벌레 꿈틀거림으로
  수초를 비껴가는 지느러미 민물고기 헤엄으로,
  혓바닥에 달라붙은 자음 모음 활자를 떼어가며
  몸과 몸의 틈새에서 춤을 추고 싶어

  서로의 눈 속에 갇혀 있지 않았을까
  우유병을 끌어안은 어린아이 종종걸음으로
  서로의 발등 밟아가며 걸어오지 않았을까⋯⋯
  잔 돌멩이에라도 올라, 다시
  서로를 끌어안고 춤을 출 수 있을까 내내 생각했어
  이내, 땀방울이 고이겠지
  진득한 염분 이맛살 주름 고랑으로 흘러내리겠지
  발가락 뿌리 아래 땅속 깊이 스며들 테지

  네 몸 가린 바람의 외투, 한 자락만 벗어줘
  내 몸 가린 강물의 외투, 한 자락만 벗겨줘
  우린, 대지에 내려앉은 구름
  묘지의 비석 깨진 틈새에서 춤을 추고 싶어
  너와 나 춤사위의 틈새에서 춤을 추고 싶어
 
 

  떠남과 만남 사이

 

  끝이라고 생각했어
  더는 다가갈 수 없는 현실을 자각하며
  바닷가로 달려갔어

  모든 바닷가는 내륙의 끝이겠지
  그렇다면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끝없이 밀려오는 바닷물
  끝없이 쓸려가는 바닷물
  끝없이 지워지는 바닷물의 갯벌에서

  우리에게 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있었던가
  낮과 저녁과 밤의 경계가 있었던가

  만남과 헤어짐을 긋고 지우는 물 자락에, 누가
  떠나간 자 희뿌연 유골이라도 흩뿌려놓았을까
  서해바다 흐릿한 물
  침전하지 못할 기억이 몽글몽글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끝없이 밀려가고 끝없이 밀려오는 깊은 밤에
  바닷가에 다녀왔어
  
  

류명

2002년 『작가들』로 작품 활동 시작. 공저 『내일은 비가 온다던데』 『꿈속의 꿈』 『작가들의 길』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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