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외 1편

 
 

  취업

 

  들떠서 떠 있어서 떠밀리던 공중에 길목이었지
  창밖은 한낮인데 저 아래는 까마득한 밤하늘이잖아 발밑 아래 능선 한 고비 지나면 능선이 이어져 울긋불긋 줄을 잇는 행렬의 침울한 기운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뒤척거리는 세월의 행렬에서 나는 이탈하고 싶었네
  낙오자가 되고 싶었던 거니?
  중앙역 2층에서 밤색 조끼를 걸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조끼를 두르고 손에 피켓을 들고 서 있어서, 당신 나를 아시우?
  너는 투박한 손을 나에게 내민다
  허기진 마음을 꾹 눌러 담고 떠나왔지만, 두고 온 것이 많아 가방 속은 늘 비어서
  괜찮다
  마다했지만, 점점 벌어지는 낡은 자크에
  숨을 고르는 거리는 갖가지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어서
  눈이 따끔거린다
  모퉁이를 가리키던 너의 손이 허공에서 숟가락 하나를 집어 들었어 그랬지, 맞아 국밥집의 삶은 고기 누린내가 들통에서 건져지는 것처럼 너는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고 나를 향해 밥 먹을래? 밥 먹어, 시늉을 한다
  기압과 침과 혀와 몸속으로 스며드는 들뜬 압력으로 나는 양철 지붕 아래 기숙사로 떠밀린다 2층 침대가 마주 보는 다락이었어 작은 창은 굳게 닫혀 있었네
  불편한 건 없어? 넌 어디서 왔니? 좋겠다, 갈 곳이 있구나, 너는 어디서 왔니? 갈 곳은 있니? 갈 곳이 없어졌구나 혹시,
  허기 좀 달랠 수 있겠니?
  덤덤한 식탁에는 희멀건 뭇국이, 빈 술병에 꽂아둔 프리지어꽃이, 비쩍 마른 몰골로 식탁은 풍성해지고
  둘러앉은 사람들은 차려진 게 너무 많아 빈 접시에 숟가락을 부딪치며 너가 건네는 한 덩이 식은 밥을 지금 막 도착한 내가 건네받는 것이다
  어두운 길목 모퉁이 판자문을 열고 누군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중 나가는 길이라고, 낡은 여객기가 세월의 자락에서 빙글빙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해 여지껏 삐거덕거리고 있다고
 
 

  층간소음

 

  한 칸 방에 두 명이 머물고 있는 공장 숙소동
  간혹 네 명 혹은 다섯 명을 한 방에 보낸다
  들어온 순서대로 원하는 층과 원하는 방을 선택할 수 있다, 했지만 그들을 한 칸 방으로 밀어 넣는 게 문제가 된단 말인가
  너와 나는 우리끼리 외국인은 그들끼리 끼리끼리 서로를 구분 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돼버렸기에
  기숙사 2층과 3층 계단 사이 철창문은 그들과 우리를 가로지르는 경계선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자정, 당직 사감은 또박또박 오차 없는 시계 초침으로 복도와 복도를 층과 층을 나눈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우리와 그들은 휴게실 벽에 걸린 평면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
  반대진영을 압박하며 엎치락뒤치락 선을 넘나들고 오락가락 상대편 골대를 농락한다 그러다 실패하고 아쉬워하고 실패한다
  3층 그들 지정석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새끼들, 잠 안 자고 뭐를 두드리며 놀고자빠졌냐
  우리들은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텔레비전 속으로 야유와 조롱을 던진다
  누군가는 계단 사이 철창문으로 슬리퍼를 던지며
  잠 좀 자자 새끼들아, 그들의 기세를 꺾는다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휘슬 소리가 경계선을 칭칭 휘감고 있는 사슬의 부대끼는 소리로 전해오면
  출입구 봉쇄를 마친 사감의 구두 굽은 차차차 지르박 룸바 댄스 스텝에 맞춰 사뿐히 찍고 돌아서 찍고 계단 끝자락을 찍는다
  자물쇠는 출입국 관리소의 차갑고 딱딱한, 피곤이 머무는 표정으로
  모든 업무가 종료되었으니 돌아가라 명령을 내린다
  우리와 그들은 벽에 걸린 평면 텔레비전 앞에서 동료들, 경기장 안에서 우리는, 상대편 응원에 아낌없는 존중과 배려로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한 구석 어딘가 허기진다는 동료들
  야식 배달 걱정 없는 2층에서 메뉴를 고르는 우리들과 달리
  식재료를 다듬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는
  국경 근처 초라한 텐트 천막 임시 숙소에서
  신청한 비자의 허가를 기다리는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초조한 허밍으로 들린다
  우리들 머리 위에서
  그들 고향의 시큼한 향신료 냄새가 계단 사이를 오가고 있나니, 철창문 가까이
  들이민 그들 얼굴이 어른거리나니, 이국적인 너무나 이국적이다,라고 생각 드는 저들의 깊은 내음을
  나는 불안이라 경계했나니, 의자를 끌고 식탁을 끌고 슬리퍼를 끄는, 경계선 철문을 흔드는, 저들 발걸음이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나니, 그들 눈빛이 나를 노려보고 있나니, 철창문을 움켜쥔, 저들 저 손이⋯⋯
  폐쇄된 국경의 밤을 배회하는 그들이 있었나니
  
  

이용훈

2018년 『내일을여는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2023년 국립극단 창작공감 희곡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 선정. 시집 『근무일지』가 있음.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