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외 1편

 
 

  차마

 

  이따가 춘자 보러 가,
  할머니는 요즘 자주 이러신다
  이미 세상을 뜬 사람과
  자꾸만 약속을 잡으셔서

  춘자 할머니는 건강하세요,
  어디서 뵙기로 하셨는데요,
  말끝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그 전에 진지 잡수셔야죠,
  밥솥에 쌀을 안치고
  냄비에 물을 올리고

  자꾸만 내 아버지 이름으로
  나를 부르시며
  너 키울 때 원체 고생 많았는데,
  요새 막 그때 꿈을 계속 꾼다니,

  자글자글한 손으로
  상춧잎 끝을 톡톡
  영원토록 떼어 내시면서
 
 

  돌아온 이야기

 

  채소와 달걀과 우유와 생선
  무화과랑 올리브가 든 빵

  작고 잦은 노래
  몰래 추는 춤

  누가 시켰는지
  이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오래된 심부름 다녀오는 길

  저마다의 산과 바다를
  모두가 등에 업은 채로

  그러니 꼭 바퀴 달린 침대 위가 아니어도
  길을 막 나선 사람에게 말해줄 수 있겠지

  다들 얼마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고
  
  

전욱진

1993년생. 2014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여름의 사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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