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기 싫은 아이 외 1편

  

옷 입기 싫은 아이

  

  아이가 옷을 입기 싫어해서 아이의 부모는 곤란했다

  옷을 입기 싫어하는 아이는 많다지만
  자신의 아이까지 옷을 입기 싫어할 것이라고
  이토록
  크게
  집이 떠나가라
  울 것이라고 부모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했지만
  내 아이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

  부모는 백화점에 아이를 데려갔고
  아이가 한 티셔츠를 가리키며
  정확히는 티셔츠에 그려진,
  커다랗고 기쁜 눈을 가진 캐릭터를 가리키며
  “나 얘 좋아.”
  라고 말했을 때 기뻤다

  부모는 그 캐릭터가 그려진 옷들을 여러 벌 샀고
  아이는 그 옷을 입게 되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옷을 입기 싫었다

  그렇지만 부모가 커다랗고 기쁜 눈으로 아이에게 옷을 입히는 바람에

  아이는 옷을 입고
  어린이집으로 갔고
  친구들이
  너도 나도
  멋지다고
  말했고

  아이는 화장실에 자주 갔다

  오줌을 참기 힘든 모양이라고
  오줌을 참기 힘든 아이는 많다고 어린이집 선생님은 짐작했지만

  실은
  아이는
  화장실에서
  옷을
  다 벗고
  피부도
  벗으려다가
  그건 벗겨지지 않는다는 걸
  매번 깨닫고
  변기에
  쪼그려 앉아
  모든 것을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을
  싸기 위해
  힘을 주곤 했다

  식은땀만 흘렀다

  아이는 가끔 다시 옷 입는 걸 까먹고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그때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놀라면서
  놀랐지만 다정하게
  아이를 다시 화장실로 데려가

  커다랗고 기쁜 눈을 가진 캐릭터가 있는 옷을 입히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가 아직 옷에 적응을 못 했나 봐요
  불편해해도 집에서도 옷을 좀 입히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래도 애들이 막 놀리거나 그러진 않아요
  애들이 보기 전에 제가 다시 입히거든요

  선생님이 아이의 부모에게 할 말을 떠올리는 동안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유시간에 할 놀이를 궁리했고
  소꿉놀이에서
  마네킹 역할을 맡아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조금
  견뎌보았다

  

  

장례

  

  그는 자기 마음을 조금씩 뜯어내어 공원을 돌아다니는 새의 먹이로 주었다

  그 또한 몹시 배고팠으나
  스스로의 마음을 먹어 허기를 채울 수는 없었다

  그에게 먹이를 받아먹던
  새 한 마리는
  공원 풍경을 둘러보다

  새에게 먹이 주지 마시오,
  팻말에 낙서했다
  새에게 먹이 주지 마시오

  그러고는
  공원에 굴러다니는 콜라 캔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 캔은 그보다, 새보다 먼저 공원을 지나갔던 어떤 시인이
  세계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버려둔 것이고

  새는 그냥 공원이 좀 더 깨끗하길 바랐다

  새는 다시 그의 주변으로 가
  그가 마음을 다 뜯어내고
  벤치에 모로 누울 때까지
  고개를 까딱였다

  끄덕인 것은 아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새는
  그가 눈을 감고 나서
  다
  감고 나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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