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와 가는 집 외 1편
다 와 가는 집
좁은 방 안에서 아무것도 되지 못했지.
사실은 무엇도 하기가 되기가 싫었지.
저녁이면 창문을 열지 밤바람이 편해.
술이나 먹을까 더 친한 게 정말 없어.
좁은 방 안을 뒹굴고 나가지도 않았지.
나갈 데도 없지마는 나가기도 귀찮아.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 할 수 있었지.
낮잠을 자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없어.
좁은 방에서 다 와 가는 집을 생각해.
더 좁은 방이 있는 작은 집으로 가네.
지붕이 크고 천장에 구름이 흘러가지.
여기서 빈둥대던 날들이 생각날 거야.
눈썹바위 위에서
해명산 지나서 낙가산 밑에 눈썹바위 그 아래 보문사.
초록빛 풍경소리 뎅그렁 뎅그렁 바람결 따라 올라온다.
상명산 갔다가 낙가산 밑에 눈썹바위 그 아래 보문사.
범각의 대종 소리 둥둥 서해 바다 깊은 물 위를 적신다.
이 자리의 풍경 언제인가 누군가와 보았던 풍경 같다.
이 자리의 소리 먼 훗날에 언젠가 다시 울릴 것 같다.
이성필
경기도 출생.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이 있음. ‘막비시’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