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5 외 1편

  
  
  

사슴 5

  

  서울숲을 걸었다. 너는 서울숲이 숲이 아니라고 했다.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고⋯⋯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서울숲엔 사람이 많았다. 서울숲엔 사슴이 많았다. 너는 저 사슴이 사슴이 아니라고 했다. 주는 걸 받아먹으니까⋯⋯ 사슴 다섯 마리가 철창 앞에 모여 있었다. 네 말이 옳다고 했다.

  매점과 야외무대를 지나 선착장으로 갔다. 유람을 마친 사람들의 얼굴에 의욕이 가득했다. 우리가 될까. 우리가 저렇게 될까. 너는 저것이 얼굴이 아니라고 했다. 정말로 그 많던 얼굴이 하나씩,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네가 하는 모든 말이 옳고 너는 한 번도 틀리지 않았구나

  허물어지던 얼굴이 이제는 강으로 굴러갔다. 나도 노력하고 싶어. 그건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데. 너를 뒤따르며 조용히 말했다. 숲은 숲이라고. 금방 어두워진다고. 날이 저물고 있었다. 서울숲을 걸었다. 사람과 사슴이 사는

  저 아파트 높다

  너는 꼭대기 층을 무심히 올려다보았다.
  
  
  
  

  공포가 된 사람

  

  의사는 단숨에 빠진 턱을 끼웠다
  갈비를 드세요

  밖은 밖다웠다
  춥고, 더 많은 햇살 같은 것들이 쏟아졌다

  잉어빵을 팔고 있었다
  양말과 토시를 팔고 있었다

  앰뷸런스가 신호를 무시하고
  이차선 도로를 빠르게 치고 나갔다
  온 세상을 다 구할 것처럼

  굳은 반죽 위로 화르르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금방 세 마리가 되었다 화르르
  열 마리가 되면 집에 가야지
  화르르 열 마리가 되었다
  반죽이 없는데도 화르르

  피에로가 나눠주는 풍선은
  푸들이 되고 튤립이 되었는데
  또 어떤 아이는 칼을 사정없이 휘두르면서
  왕,
  왕이 되었다고

  이대로 순조로웠다
  막힘이 없었다
  턱은 빠지지 않으면 터진다
  그래서 빠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전하게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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