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끝 외 1편

  

뱀의 끝

  

  저 멀리 뱀이 온다

  왜 온다는 말보다
  멀다는 말이 두려울까

  낮은 곳에 있는 뱀은
  쉬는 걸 본 적이 없어

  가느다란 몸이 약점이었으니까

  마른 땅 위에는
  온통 죽어가는 것들

  정말 죽은 건 없어서
  모두가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똬리를 튼 뱀은
  어떤 순간에도 공격을 대비하고

  매일 싸우는 기분이겠지

  어디선가 굴러온 돌이
  평온한 자세를 망가트리고

  주변과 싸우는데
  이기는 게 생존인 삶

  끝이 없어
  뱀은 구멍으로 들어간다

  저기에 뱀이 있다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쓰리디 생활

  

  인간은 인체를 구성하는
  좋은 재료를 준비해 온다

  열등한 유전자는 유전될 수 없으므로

  망가지지 않게
  견고히 쌓아주세요

  프린터에 재료를 넣자
  원하는 대로 구성된

  아이가 태어난다

  우리는 언제쯤 고장 날까

  아이를 의뢰한
  두 인간이 속삭이고

  외로운 인간들은 동물을 프린팅한다

  사료를 먹지도
  짖지도 않아서

  인간은 프린팅된 동물을 선호했다

  움직이기만 하면
  살아 있는 거라고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늘어났다

  잊어버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멀리서 지켜보던 인간이
  아이를 다시 프린팅하고

  여기 있었어요!

  프린터를 보며 소리친다

  아이에게서
  새로운 냄새가 나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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