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숲 외 1편

 
 

  맹목의 숲

 

  완전하다고 믿은 것들이 있었다

  맹목들이 자라나 숲을 이루었다고 어루만졌지
  소멸해가는 이유들이 자라나는 줄 모르고

  난간을 메운 낮달이 밤을 깨웠다고 껴안았지
  그 틈으로 간극이 무성해지는 줄 모르고

  덧댄 말들이 최초의 고백인 듯이

  가득 차지 않는 공허를 끌어안은 채
  아무도 오지 않는 창에서 며칠을 잤다

  우리는 우리의 틈을 만들지 못했지

  달콤한 한입을 베어 물고도 남은 생이 있다면
  내가 온전하다고 말해도 되는지

  완전한 숲은 우리를 쓸어 담아 이름을 가졌는데
  맹목은 언제부터 지나칠 열정만을 두었나

  단순함이 완전함이었던 계절에는
  하나라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각자의 세계는 몇 개의 기일을 가질 수 있는지
 
 

  투명한 계절

 

  새가 나무에 걸린 적이 언제였더라
  지나가는 장면들을 멈춘 날이었지

  뒷걸음질을 할 수 없는 존재는
  오직 멈출 용기만을 얻었고

  투명한 얼굴로 시절의 계절로 갔다

  시간은 장면을 회복하지 못하는데
  장면으로 돌아간 밤을 탓하며 울었지

  그저 한여름의 일이었다고
  말하면 사라지는 게 아닌데

  한때를 가두면 다정해질 수 있나
  끝나가는 온기를 붙잡으며 애쓸 수 있나

  새가 나무를 사랑한 때가 언제였더라

  가만한 날들을 뒤집어보면
  달빛을 세어보는 우리가 있겠지만

  쌓아둔 날개들이 서로를 스쳐갔다

  아름다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 채
  아름답고 싶었던 날에
  
  

이제야

1987년 서울 출생.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12년 계간 『애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일종의 마음』 『조각의 유통기한』, 산문집 『그런 사람』 등이 있음.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