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다는 법 외 1편
리본 다는 법
-이태원 10·29 참사를 애도함
서로의 사라진 얼굴을 사라진 눈두덩을 더듬는 사라진 손들이
흘러내리는 밤, 사라진 누선淚腺으로 누가 울어 그 곁에 또 그 곁에
큰물처럼 울음소리 불어나 울음은 얼룩을 남기고 얼룩은 소리가 없네
꽃도 신발도 엎어놓지 않는다
수저나 주걱도 엎어서 놓지 않는다
슬프고 억울해 보이잖아
그게 뭐든, 그것의 전면에는 얼굴이
얼굴이 짓는 표정이 있기에
선물상자에 앉은 장식리본은 얼마나 명랑하게 해말갛게
당신과 눈을 맞추나
조문자의 가슴 검은 리본에서
이마 반듯한 근조謹弔가 영정 속 망자에게
목례를 건네잖아 손을 내밀잖아
눈을 맞추잖아
여기, 넘어지고 포개져 엎드려 숨을 거둔 158인이 남긴
얼룩들이 있다 산 자의 가슴에서 얼룩은 증식되고
검은 리본을 엎어서 다는 기이한 무리도 있다
어떤 얼룩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진다, 짙어지고 깊어져
검정이 된다, 검정 얼룩은 오래된 혈흔 같다 눈동자 같다
묵음의, 비명을 지르는 벌어진 입 같다
눈 오고 동백 지다
쓸쓸함이 아니라면 나의 남루는 무엇으로 빛날까
분홍 서향동백의 잠, 어디쯤 오고 있던 눈일까
지금 창밖에 내리는 함박눈은
동백보다 먼 데서 오는 함함한 기별
창문 가득 함박눈이 내릴 때
당신께 가고 있는 마음의 기척들은
꽃 오고 눈 오고 뒤따라 마음 오는 쓸쓸한 일들을
품속에 날아든 새처럼 고이 받드는 아침
아름다움을 사랑하다 떠난 뭇사람들처럼 나는 살아야지
누더기 구름이 새하얀 눈을 쏟는 것처럼
새벽녘의 새를 적는 동안, 등 너머에서 동백은 피고
동백은 졌다 소문대로 툭, 향기를 머금은 그대로
어떤 망각이 동백의 빛과 향을 동백의 기척을 세계의 수면 위로
띄웠다가 거둬가는 것일까
나는 무엇으로 더 아파야 지는 동백에 이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