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해줘요, 움직씨 외 1편

  

대답해줘요, 움직씨

  

  움직이는 모든 것이 독자적이죠 이제부턴
  파도도 기차도 동물動物이라고
  방금 내 옆모습 훔쳐봤죠? 심장이 익죠?
  그러니 강강수월래, 이것도 전부 사랑의 놀음
  밀고 당기는 해변이 그저 사랑이라고

  처음 빛이 있으라 했을 때 내가 봤던 건
  빛을 등지고 달리는 못난 그림자
  그건 사랑할 때 골목에 비친 내 귀뚜라미
  늘 그런 식이죠 있으라 했는데 참지 못하고
  꼭 없어지면 혼자 우는 지진한 발전소

  미터기 속을 힘차게 달리는 말을 보면서
  다리가 다 부러져야 태풍이 끝날까
  내가 미쳤지 이 폭우에 택시를 잡다니
  호랑이 등에 올라탄 채 강물을 밀며
  사랑아 번쩍, 떡과 정신의 호피를 입고
  왜 잠수교가 잠길 때 당신이 솟나요

  나는 언덕 위의 인생 당신 집은 저지대
  꼭 끼리끼리 눈 맞아서 같이 운다고
  내 슬픔은 빙판 달빛 으깨진 노인들
  당신 슬픔은 반지하의 젖은 솜이불
  뭐해요 왜 가만히 앉아만 있어요
  하수구가 넘치고 냄비가 뜨는 게 내 탓인가요

  죽은 동물처럼 한 톨 미동도 없이
  종아리가 차오르도록 가만히 선 채로
  이럴 거면 왜 나한테 전화했냐고 그 순간 밤을 찢고 이무기가 하늘을 건너
  천둥소리에 놀란 나는 움직여버리고
  꼭 그럴 때 바위 같은 입술을 열지
  뭐라고? 강낭콩을, 날이 갤 때쯤?
  뭐라고 열자고? 겨드랑이에 심고 걷자고?

  심장은 동물 주먹도 동물 울대도 동물
  가슴 북 태풍 촛불 지진도 동물
  물렁물렁한 귓불도 목도 얼굴도 동굴
  오늘은 꼭 대답해줘 나의 움직씨
  쾌청하게 하늘이 걷히면 입술을 줄래

  반지하가 차오르며 쥐들이 달리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양말을 던지고
  나는 복사뼈를 깨트려서 나누어주리
  새들이 물고 멀리까지 날 수 있도록
  음악과 귀로 종달새로 껍질을 뚫고
  너희 집 앞에 치솟는 복숭아나무가 되리

  

  

비인기종목에 진심인 편

  

  혹시 민트초코를 좋아하십니까 짙푸른
  허브의 입술이 궁금하다면
  파랗게 키스하자 젊은 혀들아
  어금니에 박힌 초콜릿 조각을 함께 녹이며
  우리는 우리의 청량淸凉을 완성합니다

  가라테란 외로운 종목입니다 한국에선 더욱
  고요합니다
  거울을 보며 척추를 혼자 교정하면서
  대쪽 같은 품새를 익혔다고요

  결국 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떨어집니다
  개운하다는 듯이 수건에 얼굴을 씻으며
  코를 박고 혼자 오래 울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세계가 존재해서
  그 빛에 기대 대나무가 솟았습니다

  오이와 가지의 식감에 찬성합니다
  근대문학의 종언에 반대합니다
  통폐합된 학과를 계속 다닐 겁니다
  혼잣말을 열심히 중얼거릴 때
  언어가 휭휭, 손끝은 창백해지고
  역기力器만큼 시도 무겁습니까

  허벅지가 터지도록 페달을 밟았죠
  혹한처럼 논문을 넘겼습니다
  복근이 찢겨도 앞으로 미래로 스파이크를
  극단極端 위에 선 채로 팔을 벌리면
  팽팽하게 일어서는 근육의 무지개

  아무도 모르게 꽃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
  마루를 탕탕 울리며 우린 발바닥을 뒤집고
  아, 시원하다 집과 논을 엎어버릴 때
  그렇게 섬처럼 점처럼 꿈처럼 숨과 목처럼
  우리는 우리의 허파에 진심입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