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가운데 외 1편

  
  

꿈 가운데
  

  엄청나게 큰 화장실 안이었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앞에서 글쎄 내가 커다란 변기에 앉아 아이를 낳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입을 삐죽거리지 암만 끙끙거려도 아이는 안 나오지 쩔쩔매고 있는데, 까똑 까똑 어느 먼 별에서 보내는 교신 음 같은 것이 들리는데, 분명 출장 간 남편 같아. 나, 무슨 깊은 구멍 같은 것에 대고 여, 여보, 나 좀 도와줘 암만 힘을 줘도 아이가⋯⋯ 하소연을 하는데 전화는 뚝 끊기고 여보세요? 누가 이 아이 좀 꺼내⋯⋯ 소리치는데 소리만 방 안 가득 메아리치고 이상하게 적막강산이야, 둘러보니 그 많던 사람들 어디로 다 사라지고 텅 빈 방만⋯⋯ 여기 아무도 없어요? 방금 아이 낳느라 쩔쩔매던 그 여자 어디 갔어요? 물어보려다 둘러보니 글쎄 웬 꾀죄죄한 판자촌 비탈인 거야. 여기가 어디⋯⋯? 물으려도 말이 안 나와, 생각해보니 업고 있던 아이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만져보니 빈 등이야, 그만 비탈에 주저앉아

  혜주야, 혜주야아
  목놓아 부르다가 글쎄

  근데 혜주가 누군지 어느 생의 아득한 인연이 그리도 애절한지
  덜 깬 새벽이 그저 먹먹한데 문득 한기가 들고 뼛속이 시려
  태아처럼 웅크리고 비스듬히 보이는 천장의 사방 연속무늬 속에
  눈동자를 놓고 이런저런 궁리에 들어보는 것인데

  나 어느 먼 성간에서 잠시 살다 온 것 같고
  살다 간 것도 같고
  
  

기도
  

  하느님!
  목련이 화사하게 떨어지는 오후예요

  우짜겠노

  휠체어를 탄 젊은이가 거대한 쓰레기통 옆에서 격렬하게
  담배를 피워대는 오후예요

  우짜겠노

  한 떼의 구름이 공중에 아방궁을 짓고 있는 오후예요
  지나가는 바람이 찢어진 현수막을 또 찢는 오후예요

  우짜겠노

  찟찟 끄르 끄르
  늙은 팽나무 속에서 새 한 마리가
  울음으로 그물을 치는 오후예요
  빨간 승용차가 경적을 울리며 요란하게 날아가는 오후예요

  하느님,
  이 악취는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요
  냄새에 취해 퍼렇게 독오른 이파리들이
  정신없이 달아나다가
  종양 같은 열매나 매다는 오후예요

  우짜겠노

  아아, 하느님
  제발 그렇게 하릴없이 대답하지 마세요

  집 없는 고양이들은 밤새 울죠? 철없는 새들은 새벽부터 짹짹거리죠?
  옥상 난간에는 수상한 것이 어른거리죠? 이따금 쿵! 떨어지죠?
  그래도 앞집들은 곰곰 닫혀 있죠? 전후좌우 텅 빈 것들만
  우글우글하죠?

  우짜겠노 우짜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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