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 외 1편
구조주의
형이 물에 빠졌다
수영을 배운 적 없는 형은
허우적거리면서
무언가에 잘 빠지곤 했다
모차르트의 아홉 번째 작품이나
짜게 먹는 식습관
다리 달린 수십 개의 소문
김 안에서 여러 재료가 어울려
김밥이 되듯
인생에도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형은
먹기 전 햄을 빼버렸다
나는 햄이 무엇을 망치느냐고 물어보려다
남긴 햄을 먹는 것으로
조화를 실천했다
형은 건물에선 골격이
문장에선 어순이
사람에게선 뼈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한 말 같았지만
형은 바로 그런 점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알려 하지 않고
아는 것만 알려 한다고
그래서 형은 갓 데뷔한
아이돌의 노래를 들었다
새로 개봉한 영화만 봤다
이제 막 인쇄를 마친 책을 읽었다
그런데 형
지금 위험에 빠졌잖아요
물에 빠져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형은
구조된 후에도
세상과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양말을 한 쪽만 신었다
내가 젖은 양말 한 쪽을 들고
찾아갔을 때
침대에 누워 있던 형은
두 명이 전부 누울 수는 없고
한 명이 누우면 반드시
한 명은 일어나야 하는
구조를 발견했다
나는 그것이 바로 마음의 구조라고 말하려다
형이 행복에 잠기길 바라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앰뷸런스 소리에 이따금 컵을 들여다보면
생각에 빠진 형이
기포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입장들
길 한복판에 자전거가 쓰려져 있다
이에 관한 지나가는 것들의
입장을 들어보겠다
이젠 앞바퀴가 하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군요, 뒷바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
제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체인
달리지 않는 것이
고장이라는 건
다분히 실용주의자들의 입장입니다, 무용론자
잠시 누워 있는 거 아닐까요? 이제 막 일어난 사람
잠시라기엔 좀 영원 같지 않아요?
영원이라기엔
잠시 같고요, 상대주의자
여기 세워두면 안 된대도 그러네, 경비원
이게 왜 여기 쓰러져 있지? 잃어버린 지
사흘이 지나도 모르는 주인
자전거를 바라본다
만져본다
혹시 쓰러진 것이 자신인가
의심한다
이 과정에 언어는 필요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