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외 1편
어쩔 수 없는
오늘밤 우리 마을에
포수 아저씨 온단다
뒷산에서 내려온
배고픈 멧돼지
총을 든 포수 아저씨
어쩔 수 없는 둘이 만나면
어쩔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겠지
어쩔 수 없는 총알이 날아가겠지
어쩔 수 없이 멧돼지는 쓰러지겠지
어두운 창문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는 상상을 한다
놀란 날
숲을 걷다
깜짝!
연두빛 애벌레
투명 실 매달고 흔들흔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떻게 내려왔을까
무슨 벌레의 애벌레일까
우리는 애벌레 앞에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어
당황한 애벌레
토해놓았던 실 삼키며
빠르게 올라갔어
올라가다 힘들어
울컥 토하기도 했어
허겁지겁 나뭇잎 집으로 올라가
초록 침대 위에 길게 쓰러졌겠지
정신 차린 애벌레
태어나서 이렇게 무서운 일
처음 겪었다고
다시는 산책가지 않겠다고
일기장에 쓰고 또 쓰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