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자리로 슬그머니 외 1편

  

빠진 자리로 슬그머니

  

  용돈 받은 거
  잃어버렸다

  사고픈 것
  먹고픈 것
  적어둔 게 백 가지인데

  받은 거 잃어버렸다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고픈 것
  먹고픈 것
  그중 하나는 분명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젠 아니지

  사고픈 맘도
  먹고픈 맘도
  모두가 제자리에
  잘들 있는데

  용돈만 슬그머니 빠져나가
  도대체 어디로 갔나

  줄
  줄

  새어나간 빈틈 사이
  슬그머니 끼어든 슬픔

  슬픔 하나만
  더 늘었다

  

  

꿈에서도 싸웠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누구 말이 맞나!

  억울함에 씩씩
  새빨개진 얼굴과
  또 억지 부리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딱히 할 말은 없는
  나

  답답한 마음은 꿈에서도 이어져
  꿈에서 만난 사람 모두 모아
  붙잡고 물어봤다

  “그래서 누구 말이 더 맞는 거 같아요?”
  그러자 모두 제 말이 옳다며
  개가 되어
  짖는 사람들

  한참을 시달리다 그대로 달렸지
  너랑 손잡고
  그대로 낭떠러지
  떨어지는 꿈
  손바닥이 축축해진 밤

  무슨 꿈이 이래
  생각하면서도
  내일 학교 가면
  너한테 꼭 말해줘야지, 하고
  잠결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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